9. FATEHPURSIKRI  '99. 1. 16- 1. 16

 　
 무굴 제국의 약사                                        

  무굴 전 이슬람 왕조
  7세기 후반 인도는 바르다나 왕조가 쇠퇴한 후 여러 왕국이 난립하였다.  이러한 혼란을 틈타 8세기부터 터어키인, 아프카니스탄인, 아라비아인 등 이슬람교를 믿는 세력이 북서 방향으로 계속 침입해 오다가 11세기 초 가즈니 왕조가 인도 북부를 합병시키고, 라호르를 중심으로 인도에 최초로 이슬람 왕조가 수립되었다.

  가즈니 왕조의 7대 왕「마흐무드」는 20여 년 동안 약 15회의 걸친 냉혹하고도 무자비한 인도원정 중에 닥치는 대로 힌두교 사원을 파괴하고 사원에 간직되어있는 엄청난 양의 보화를 전리품으로 가져가곤 했다.
 
  마흐무드 사후 가즈니 왕조가 내분으로 급속히 쇠퇴하자 고르왕조의「무하마드」가 일어나 아프카니스탄을 지배하고 나중에 가즈니의 잔존세력을 라호르에서 격퇴한다. 그는 델리를 중심으로 인도 북부에 이슬람 세력을 견고하게 확립한 후 그의 노예인 「쿠트부딘 아이바크」를 장군으로 임명하여 주둔시키고 고르로 돌아갔다.
  노예왕조라 불리는 델리의 첫 이슬람 왕조는 이렇게 해서 생겨났고, 바그다드의 칼리프(이슬람의 교주 겸 국왕·술탄) 밑에 있던 노예왕조는 그후 바그다드와 분리되어 이슬람의 발생지인 중동으로부터 1258년 독립하였다.  이후, 무굴 제국이 성립되는 16세기초까지 북 인도는 델리를 수도로 삼아 다섯 이슬람 왕조가 교체된다.  

  무굴제국
  1526년 중앙아시아 출신의 투르크 몽고족의 왕, 전쟁터의 용감한 표범이라고 불리 우던  「바브르」는 아프카니스탄에서 일어나 신식 대포와 총으로 무장한 재빠른 기병대를 앞세워 델리의 술탄을 무찌르고 인도대륙에 이슬람의 무굴 제국을 세운다.

  우아한 자태의 선량하고 성실했던 군주,  바브르의 아들 「후마윤」을 거쳐 「아크바르」는 광활한 지역을 정복하고 훌륭한 정치적, 행정적 조직을 완비하였으며, 황제의 명성이 인도 전역에 울려 펴지고 있을 당시 아버지 아크바르의 뒤를 이어 즉위한 「자항기르」는 선왕들과는 달리 정복자가 아니라 안락한 궁정생활을 즐기는 섬세한 지식인이자 견식 있는 군주였고 탐미주의자였다.      

  자항기르의 아들인, 대규모 건설사업가이며 흰 대리석의 예술가 이기도 한 「샤 자한」은 조상들이 이룩한 제국을 확장하고 튼튼히 하였다. 샤 자한이 30년간을 통치한 후 중병에 걸려 자리에 눕자, 그의 네 아들이 저마다 황제자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대단한 전략가였고 진정한 이슬람의 전사였던 「아우랑제브」가 재빨리 아그라를 차지하고 1658년 6월 자기 아버지를 아그라의 붉은 성에 감금하여 그가 죽을 때까지 8년 동안 갇혀 살게 한다.

  독실한 무슬림이였던 아우랑제브의 종교차별정책은 비 이슬람교도를 자극하여 반란을 이끌었고, 유럽인들은 이러한 분열을 틈타서 인도를 점차 잠식해 들어갔다.  탐미적이며 문화의 후견인들이었던 무굴 황제들 시기에 인도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그러나 19세기 중엽 마지막 황제들의 나태함과 방탕함은 인도의 새로운 주인 영국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아크바르와  승리의 도시

  무굴 제국은 특히 미술부분에서 훌륭한 시대를 열어놓았다.  이슬람과 힌두의 미술 전통이 융합된 형태로서, 인도와 페르시아 미술양식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아 조화를 이루었으며 여기에 비잔틴 양식의 영향도 있었다.  페르시아 미술양식은 오래 전부터 인도에 도입되었으며 다만 무굴 시대에 와서 불후의 걸작 품으로 표현되었을 뿐이다.  

  페르시아 양식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와 사산 왕조의 미술과 압바스 왕조의 이슬람 건축 양식이 융합된 형태로서 이슬람의 인도 침입 과정에서 전래되었다. 이슬람은 고대 로마인들이 알아냈던 아치형 건축 기술을 발전 시켰으며 아라베스크라는 독특한 미술양식을 이룩했다.  한편 힌두 건축양식이 이슬람 미술에 영향을 준 것은 가느다란 원주, 도리를 받치는 선반 받이, 다양한 무늬양식, 벽면에 장식용으로 불쑥 튀어나오게 만든 창문의 모양 등이다.
  무굴 시대의 건축물에서 가장 뚜렷하게 눈에 띄는 돔 지붕양식은 원래 로마 제국과 비잔틴 제국에서 발달했던 건축양식으로 이슬람교도의 손을 거쳐 인도에 전해졌고, 나중에 무굴 건축의 특징이 되었다.

  무굴 제국의 미술도 아크바르 대제와 함께 시작된다.  제국의 세력이 확대됨에 따라 장대한 건물들이 각지에서 눈에 띠게 되었다. 아크바르는 다른 학문과 마찬가지로 미술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의 관대하고 융화적인 마음이 다채로운 미술의 발달에 도움을 주었다. 그는 페르시아의 훌륭한 건축가를 초빙하기도 하여 많은 성, 학교, 별장, 탑, 연못 등을 건설하였지만 대표적 건축물로는 그의 아버지 후마윤 왕묘와 파테프르시크리라는 궁전도시였다.

  아크바르대제가 보여준 건축에 대한 열정의 가장 특징적인 산물은 「파테프르시크리」이다. 그는 명당으로 믿었던, 수도 아그라의 서쪽 교외 멀리 자리잡은 곳에 거대한 왕궁과 회교사원을 짓기로 결심하였다. 이곳은 무굴 제국을 건설한 그의 할아버지 바브르가 과거에 「승리의 정원」을 만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구라자트 지역를 정복한 후 성자가 사는 곳으로 여겼던 곳에 7년에 걸쳐 궁전 도시를 건설하고, 파테프르(승리의 도시)라고 불렀던 같은 이름의 도시와 구분하기 위하여 「파테프르시크리」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궁전 도시는 내구성이 강한 건축자제인 붉은 사암으로 건조되었다. 거대한 회교사원과 왕궁은 거의 손상되지 않은 형태로 남아있으며, 사원의 우람한 정문은 인도에서 가장 훌륭한 건축물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아크바르 시대의 건축작품들이 가장 잘 함축되어있는 파테프르시크리는 오직 15년간만 무굴 제국의 수도가 되었을 뿐이다.

   블란드 다와자 자마 마스지드
 

　  파테프르 시크리 성은 힌두와 이슬람의 문화적 융합에 의해 축조된 성으로 모두 붉은 돌을 사용해 건설하였다.  우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서 안개가 서려 흐릿하게 보이는, 거대한 문이 마치 불가사의한 모습으로 솟아있는 곳으로 먼저 갔다.  이 문은 현재 보수공사 중이었다. 높이가 54m에 달하는 것인데다 가파른 층계를 두고 있어 밑에서 올려다보면 솟아오를 듯한 느낌을 주어 마치 사원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숭고하고 엄숙한 마음을 갖도록 설계된 것 같다.
  「블란드 다와자」라고 하는 이 문은 아크바르가  구자라트(인도 서북부 해안지역)에서의 승리를 기념하여 세웠다. 전국 각지에서 차출 된 미술가들이 건물을 장식하였으며 대리석과 붉은 사암으로 만든 우람한 정문은 인도에서 가장 완벽한 건축물의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이 문에는「세상은 다리와 같은 것, 순간을 깨닫는 자는 영원도 깨닫는 법이다. 다리 위에 집을 지으려 하지 말고 나아 갈 지어다 !」하는 뭔가 영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입구 아래는 물론 사원 안에까지 기념품 장사꾼들로 복잡하게 널브러져 있었는데, 사원 안에까지 장사꾼들이 들어와 호객행위를 하는 것이 의아했다.  그러고 보니 성경말씀에 예수님이 성전에서 「내 집은 기도하는 집이라 했거늘 너희는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구나 !」하면서 장사꾼들을 몰아 내는 구절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사실 관광지에 이런 사람들이 없다면 훨씬 분위기가 썰렁해서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원의 넓고 붉은 마당을 지나 한가운데쯤 마치 보석처럼 박혀있다는 흰 대리석 건물은 아크바르에게 아들을 얻게 될 것을 예언했던 수피(이슬람교 신비주의 수행자)성자의 무덤이다. 이 건물은 돔 모양의 지붕이 얹혀져 있고 모자의 챙처럼 대리석의 처마가 넓게 사방으로 벌려졌는데 약간 맥이 빠지는 듯한 지붕 모양이었다. 처마를 받치는 받침대는 커텐을 거는 S자 모양의 쇠고리처럼 생겼는데,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건물 벽에 사선으로 박혀 고정되어 있다. 성자가 즐겨 명상하던 자리에 세웠다는 이 무덤은 지금도 아이가 없는 여인들의 순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아크바르가 이곳에 도시를 만들게 된 까닭도 사실 자신의 뒤를 이을 사내아이를 낳지 못했던 젊은 황제로서의 고민을 회교 수피 성자에게 털어놓고, 그에게 아들을 점지해 줄 것을 부탁했는데, 아들을 하나뿐 아니라 셋이나 얻을 것이라는 성자의 예언을 들었던 아크바르는, 실재로 첫아들을 비롯한 두 아들을 더 얻게 되자 1565년 성자가 사는 곳인 지금의 이 자리에 새로운 도시를 세운 것이다.

  궁전 구역
 

  회교 사원을 따라 오른쪽 동쪽으로 5분쯤 걸어가면 궁정구역으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하는 샤히 다와자라고 하는 왕의 문이 있다.  왕의 문을 들어가면 하렘(궁녀들이 머무는 방) 지역이 나온다. 왼편에 바로 아들 자항기르를 낳은 암베르 성 출신의 힌두 왕비 조다바이를 위한 궁전이 있다.「조다바이」궁전 정면은 발코니로 장식되어 있으며 라지프트 출신의 왕비를 위하여 그 지역 양식을 충분히 살려 지은 것이라 한다.

  하렘을 지나 왼편으로 가자 별채모양으로 된 버발바완이 나온다. 이것은 1572년에 2층으로 건축된, 둥근 천장으로 덮인 몇 안 되는 건물 중의 하나이다.
  그 옆 햇볕 내려 쪼이는 곳에서 수건을 왼쪽 어깨에 걸친 빼빼 마른 사람이 보수공사를 하느라고 돌 위에 쪼그려 앉아 무늬를 쪼고 있다. 구경을 하고 있으려니까, 그는 바지주머니에서 궁전 벽의 무늬를 새긴 조그만 돌을 꺼내서 사라고 한다. 아마 이것은 그 사람의 부업거리인 셈일 것이다.
  버발바완은 마굿깐 가까이 있어서 후졌다고 생각 들었지만 보석상자라고 일컬을 만큼, 벽면이 정교하고 아름답게 새겨진 부조그림과 무늬들로 이루어져 있다. 사람들이 감탄을 하며 한번씩 만져보았는지 무늬들이 손때가 묻어 새까맣다. 조명이 없는 실내에도 멋있는 부조로 된 그림 장식들이 많았다.  

  버발바완 왼편으로 넓은 공터, 즉 하렘의 뒷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길다란 ㄷ자 모양의 회랑이 나왔다. 이곳은 말이나 낙타의 마구간으로 사용되었음인지, 벽 기둥 아래 돌로 된 둥근 고리들이 질서 있게 설치되어 있었다.
 

  궁전의 건물들과 새겨진 무늬들은 사용한 기간이 오래되지 않아서 인지 몇 백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날카롭게 서슬이 서려있는, 거의 파손이 되지 않은 완벽한 상태로 남아 있어 그들의 숨결이 생생하게 느껴진다.  아크바르는 자신의 라지프트족 출신의 부인들을 위하여 궁전 건축에 구라자트 양식을 도입하기도 하였지만 대부분은 페르시아의 양식을 본받았다.  이 페르시아 양식은 후에 무굴 제국의 중요한 건축양식이 된다.  
벽면 장식은 힌두의 건물이 주로 인간과 동물의 형상을 새긴 데 비하여  주로 기하학적 도형과 꽃무늬를 코란의 구절과 함께 새겨 넣어 조화를 이루도록 한다. 우상 숭배를 금지하는 이슬람교의 교리로 인해 인물 조각과 그림은 발달하지 못하고, 실내 외 장식을 위해 기하도형, 꽃, 숫자, 문자를 배합시킨 무늬가 발달하였다. 「아라베스크」라고 부르는 이러한 양식 때문에 이슬람의 비문은 그 자체가 훌륭한 예술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넓적한 테라스를 갖춘 형식으로 한 층씩 올라가며 점점 작아지는 5층 구조로 된 「판츠 마할」은 그 용도가 무엇인지 아직도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지금은 벽이 남아있지 않지만 원래는 돌로 벽이 쌓여 수십 개의 공간으로 구분되어 있었다고 한다.  벽이 없고 기둥과 지붕만으로 되어있는 판츠 마할에 올라가면 도성과 주변의 전망이 아주 좋다는데 3층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에는 녹슨 철조망이 가시덩굴처럼 쳐져 있어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였다. 아마 보존과 추락의 위험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나 2층에서만 보아도 성 안 지역은 왼편의 꽃이 만발한 정원을 비롯해 오른 쪽의 궁전도 대체로 다 보인다.

  넓은 마당을 두고 별채처럼 있는 「디와-니-카스(개인 면담소)」는 아크바르가 종교인들 혹은 학자들과 토론을 벌였던 장소이다. 그곳은 사각형의 2층 건물로 2층에는 발코니가 사방에 둘러져 있고 지붕 위에는 네 개의 정자가 모퉁이에 각각 놓여 있다. 그리고 안에는 섬세하게 장식된 기둥이 중앙에 있고, 이 기둥 위에「아크바르의 자리」라고 하는 둥근 공간이 있다. 이곳은 발코니로 통하는 네 개의 다리가 벌집모양으로 투각 된 난간으로 꾸며졌다.  바로 옆 건물에는 마치 보석상자처럼 섬세하고 너무나 예쁜 정자가 있다.  
 

  개인 면담소를 남쪽으로 넓은 마당을 가로질러 마주한 곳에는「아눕 탈라브」라고 하는 사각형 回자 모양의 커다란 연못이 있다. 사방에 네 개의 다리가 연못 위에 걸쳐있고, 가운데 전망대가 있었다고 하는 곳은 투각으로 된 섬세하고 근사한 난간이 설치되어 연못에 비춰지고 있다.  
 

  궁전의 모든 바닥은 평평한 사암을 다듬어 깔았으며, 넓은 판재로 만들어 정교하게 맞춰가며 지은 것으로 모두 밖에서 가공하여 현지에서 조립된 것이다. 또한 덥고 건조한 기후로 말미암아 수피성자의 무덤처럼 처마를 만들거나 지붕을 길게 빼내고, 기둥을 세운 회랑들을 만들어 그림자가 많이 지도록 건축되었다.  우리는 세세한 것에 신경 쓰기보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으로 아름다운 궁전들과 거기 새겨진 무늬들, 그리고 정원에서 스며 나오는 꽃향기를 음미하며 한가롭게 궁전 마당을 걸어 다녔다.   
  한가지 의아한 것은 우리 나라 궁전의 화려한 단청무늬를 보고서는 별로 감동을 못 느꼈는데, 인도 궁전에 새겨진 색깔도 없는 단색의 무늬들을 보고  감탄이 자아지는 것은 왜 일까? 돌에 새겨져서 그 공정의 애씀이 전해져서 일까? 입체로 나타나서 일까? 아니면 전생에 우리가 인도와 어떤 인연이 있어 정서적으로 감응이 되어서 일까? 아니면 그 모두일까? 

  우리는 나즈막한 담 위에 올라가서 앉았다. 담 아래는 낭떠러지였고, 아래는 커다란 망고나무 몇 그루 너머 벌판이 펼쳐져 있다. 성벽을 굽이돌아 조그만 오솔길이 있는데, 마침 염소 떼를 몰고 가는 목동이 한 손에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들고 노새의 방울소리를 딸랑 딸랑 울리면서 저쪽 벌판을 향해 지나가고 있다.  아빠는 낭떠러지로 떨어질세라 성벽 위에 앉아있는 우리 둘의 허리끈을 양손으로 각각 잡고 있는데 노심초사하는 아빠와는 달리 우리는 한가하게 벌판에서 멀어져 가는 노새의 방울소리를 평화롭게 즐기고 있었다.

  15년을 파테프르 시크리에서 머물던 아크바르는 북부의 소란상태를 진압하기 위해 수도를 지금은 파키스탄에 속하는 라호르로 옮겼다가 1599년 다시 이 지역으로 되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충분한 물 공급이 부족한데다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파테프르를 기피하고 백리 쯤 떨어진 아그라로 수도를 옮겨갔다.

  어느덧 오후가 넘어서고 있고 아그라 성으로 갈 예정이었기에 성 아래 정원이 넓게 펼쳐진 식당에서 점심을 들기로 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아침의 실라 호텔 식당과 마찬가지로 손님들이 별로 없었는데 음식이 한시간 이상이나 늦게 나오는 것이다. 물론 버스 타는 곳까지 배웅 나오는 등 친절을 베풀기는 했지만 아무튼 오늘 일정에 점점 차질이 생기는 것 같았다.  파테프르 관광 후 버스로 이드가 버스 스탠드까지 가서, 릭샤로 아그라 성에 가려는 것인데 버스 또한 우리의 일정과는 상관없는 것이 되었다.
  운전사는 꾸물거리면서 자기일 다하고 정거장에서 아는 사람 만나면 내려서 노닥거리며 이야기 나누고, 담배도 피우고, 드디어는 바싹 마르고 흰 터번을 두른 큰 키의 한 할아버지가 참다못해 운전사를 향해 빨리 가자고 소리를 마구 질렀는데, 그야말로 뉘 집 강아지가 짖느냐는 식이다.  겨우 출발은 했지만 앞에 차가 밀리자 옆의 다른 길로 돌아서 간다. 게다가 또 주유소에 가서는 기름을 넣는데 웬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리는지.  5시가 넘어서 이드가 버스 정거장에 도착했는데, 결국 아그라 성에 가는 것은 내일로 미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