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AGRA   '99. 1. 15 - 1. 17

   아그라의 밤                                                                    

  너무나도 유명한 타지마할이 있는 아그라.

  아그라는 도시의 기원이 오 천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아주 오래된 도시다. 유유히 흐르는 야무나 강과 푸른 숲이 우거져있어 오래 전부터 낙원이라는 아가바나로 불리어 왔지만 지역적 중요성 때문에 주변 통치자들이 앞다투어 차지하려던 곳이었다. 하지만 아그라가 인도 역사의 중앙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은16세기 이후이다.  1566년 힌두 왕조를 쳐부순 아크바르 황제는 아그라를 수도로 삼았고 이때부터 약 7, 80년간 제국의 중심지로 번영한 곳이다.      

  아크바르 대제는 이곳에 통치의 상징인 아그라 성을 이룩한지 10년도 되기 전, 남 서쪽 37km 지점에 있는 파테프리시크리란 곳으로 수도를 옮겨가게 된다. 그것은 그가 성자의 예언에 따라 기다리던 사내자식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15년 후 수도를 다시 아그라로 옮겨 돌아온다.  이리하여 아그라는 인도 역사의 중심부에 들게 된다.  술 고래이자 능력 있는 황제였던 아크바르의 아들 자항기르의 통치시대에 아그라는 산업과 무역의 중심지로 최고의 번영을 누렸지만, 불멸의 기념물을 남긴 사람은 그의 뒤를 이은 세계의 왕이라는 이름의 「샤 자한」이다.

  기차는 연착이 많이 되어 8시 반 정도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거의 밤 12시가 되어 아그라 캔트 역에 도착했다. 역을 나서니 당연히 릭샤왈라들이 몰려들었다. 타지마할 동문으로 가는데 드는 비용을 아빠가 턱없이 낮게 부르며, 우리는 여러 차례 이 비용으로 타고 다녔다고 하자 릭샤꾼들이 기가 차다는 표정으로, 그러면 자기네가 턱없이 바가지를 씌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역 밖의 경찰들이 운영하는 운송 서비스 카운터로 가자고 했다.  
  운송 서비스 제도는 아그라 캔트 역의 복잡한 릭샤꾼들의 많은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설치된 것으로, 이것을 이용하려면 카운터 안의 경찰에게 여권을 보이고 행선지를 말한 다음 티켓 대금을 지불한다. 그리고 정해진 릭샤를 타고 가서 목적지에 도착한 후 운전사에게 티켓을 주면 되는 방법으로,  만일 문제가 생길 경우 경찰에서 릭샤꾼과 이용객의 신분이 파악되어있기 때문에 밤늦게 도착했을 경우 어느 정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카운터로 갔을 때 기차에서 안면이 익은 외국인 여행자 몇몇 일행들도 표를 구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도 우리와 같은「실라」호텔로 가는 것이어서 서로 마주보고 아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우리는 맨 마지막에 출발했는데, 오토릭샤가 굉음을 내며 엄청난 속력으로 달려나갔기 때문에 차가운 밤 공기가 옷 속으로 파고들어 몹시 추웠다.  이렇게 세게 달리다가 뒤집혀지기라도 하면 몰살이다 싶은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가 달려가는 길로 하얀 개 한 마리가 왼쪽에서부터 정신없이 달려들었다. 아빠가 앉은 쪽의 왼쪽바퀴가 쿵- ! 하며 휘청했다. 다행이 무게 때문에 뒤집히지는 않고 개 비명소리만이,  밤 공기를 가르며 터져 나오는 릭샤의 찢어질 듯한 엔진 파열음 속에서도 뚜렷하게 한참동안 깨갱깨갱 들려왔다.

  인도 여행이란 참으로 순간 순간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것 같다.  강도 떼를 만난다거나  폭동이 일어난 곳에 휩쓸린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지의 익숙치 않은 모든 상황이 그런 것이다.  우리는 그 개가 너무나 가여워 내려서 어떻게 해줬으면 싶었는데 릭샤왈라는 상관없이, 또 속력을 줄이지도 않고 숨이 넘어가도록 달려나갔다.  저 개가 바퀴에 깔려 치명상을 입었을 텐데 … .
  왜 이 깊은 밤중에 잠도 자지 않고 돌아다니다 이런 변을 당할까? 새끼를 둔 엄마 개는 아닐까?  먹이를 구해 바삐 돌아가던 아빠 개일까?  별 생각이 다 들었지만, 우리는 그 개에 대해서 마치 죄를 지은 공범자처럼 릭샤왈라와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우리가 묵으려고 간 실라 호텔은 타지마할 동문 옆인데 이미 문이 굳게 잠겨 있다. 그러나 릭샤꾼은 대문을 몇 번 세게 두드리다가 대문위로 손을 넣어 익숙한 솜씨로 빗장을 풀었다.  오른 쪽으로 정원이 꾸며져 있고 그 옆으로는 나무숲이 어두운 침묵 속에 잠겨 있다.
마당을 따라 40m를 들어가니 카운터 쪽은 불이 켜져 있었으나  사람은 없고 송아지 만한 검정개가 엎드려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데 상당히 위협적이고, 앞에 있던 릭샤꾼은 움찔 놀라는 표정이다.  다시 돌아 나와 관리인이 머무는 듯한 불이 켜진 방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자 느릿느릿, 한 사람이 하품을 하면서 나왔다.  그 사람과 카운터로 가서 체크인을 한 뒤, 짐을 풀고 밤바람을 쐬며 한숨 돌리려고 밖을 나오니 그제서야 아그라 캔트 역에서 우리보다 먼저 떠났던 서양사람들 두 팀이 도착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탄 릭샤가 얼마나 위험스럽게 달려왔는가를 새삼 느낄 수가 있었다.     

  릭샤꾼은 그때까지도 가지 않고 내일 관광 갈 곳을 약속하자며 머뭇거리고 있는데, 우리는 걸어서 한가롭게 다닐 것이라며 예약을 거절했다.  타지마할은 마지막 날 하루를 잡아가기로 하고 내일은 무굴 제국의 정수가 서려있는 파테프르 시크리를 갔다가 오후에 아그라 성에 가기로 하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호텔의 네팔인 주방장의 요리 솜씨가 좋다기에 호텔 식당에서 아침을 들기로 했다. 그러나 다른 손님들이 있기도 했지만 너무 음식이 늦게 나왔다. 핫 쵸코가 나온 한시간 뒤에 또 하나가 나오고 토마토 스파게티 둘, 베지터블 초우면 둘은 끝까지 안 나오려고 작정을 한 것 같다. 세월아 하며  음식이 하나 둘 씩 나왔는데 식사를 마칠 때까지 무려 2시간 이상이 걸렸다.  우리는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는데 … .
  게다가 송아지 만한 검정 개는 우리 옆에 와서 떠-억 하니 엎드려 있는 것이다. 처음엔 신경이 쓰였으나 나중엔 익숙해져 등을 쓰다듬어 주고 싶을 정도로 괜찮았다. 아빠가 간혹 「임마 !  저리 나가서 놀아 -」하면 밖에 한바퀴 돌고 와선 또 우리 옆에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나중에는 오른쪽 숲에서 쥐 한 마리를 물고 왼쪽 정원 구석으로 가더니 오지 않는다.  음식이 하도 띠엄띠엄 늦게 나오다 보니 거기 신경 쓰느라 그놈의 개가 뭔가 먹고 싶어서 우리 옆에 얼쩡거리는 줄 알아채지 못한거다.
  10시 30분이 넘어서야 겨우 이드가 버스 스텐드로 나가 아그라의 남 서쪽 37km 지점에 있는 파테프르 시크리로 떠났다. (이야기 구성 상 순서를 바꾸어 파테프르 시크리를 먼저 넣고 아그라를 나중에 둠)

  아그라 식당
  파테프르 시크리에 다녀온 후 식당이 많은 타지마할 남문에서 저녁을 들게 되었다. 그러나 식당은 많았지만 손님들이 별로 없어 분위기가 매우 썰렁했다. 이리저리 분위기 좋은 식당을 찾아다니는데,  어느 식당 주인인 듯한 사람이 우리들을 끌기에 들어가 보았으나 겉은 울긋불긋 색 등도 켜놓아 활기 있게 꾸며놓았지만 안에는 탁자 두개에  한 사람도 없고 도저히 식당 같지 않았다.  대 여섯 군데를 다녀도 적당한 곳이 없어 길가 일층에 있는「조이너스」라는 곳에 들어갔다. 안에는 두세 팀이 있었고 옥상에도 언니 둘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여기는 우리 또래의 착하고 예쁜 딸들이 시중을 들고 있는데 동생이 훨씬 더 잘생긴 것 같다. 12살이라고 하는 동생에게 우리는 샌드위치와 야채 샐러드, 그리고 뜨거운 레몬차를 시켰다.       

  우리가 앉은 곳은 바깥쪽으로 커다란 진열 유리가 깨져서 갈대발을 임시방편으로 쳐놓았는데 바람이 솔솔 들어왔다. 그런데 여기서도 역시나 음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  
식사 중에 전기가 나가자 자가발전기를 돌려 전깃불이 들어오게 했다. 주인 아저씨가 달려와 스위치를 바꿔 켜는 것을 보니 정전을 대비해 전기노선이 2중으로 되어있어 전기회사에서 들어오는 선과 자가 발전해서 불을 켜는 선이 따로 준비되어 있는 것이다.

  식사를 마치고 내일 아침거리를 적당히 준비했다. 경험에 의해 아그라 식당에서의 음식은 너무 늦게 나와 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결론이다. 그래서 과일과 빵 음료수, 그리고 삶은 달걀을 열 두개 샀다. 인도의 달걀은 맛이 있어 옮겨 다니면서 간식거리로 먹었는데 밤에 네 개씩 먹을 요량이다. 그러나 나중에 아빠는 하나도 먹지 않고 우리만 여섯 개씩을 간단히 먹어 치웠다.  

  동문 방향으로 나오니 정전이 되어 몇 개의 불빛만이 보이더니 그것마저 멀어지고 사방이 아주 새카맣다. 어둠에 익숙해지자 희미하게 길이 보였는데 특히 검은 곳은 살펴 피해 갔다. 언제 소 똥에 발이 빠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마구 수다를 떨며 걸었는데 정적 속에 목소리가 메아리가 들릴 정도로 쩌렁 쩌렁 울려 퍼졌다. 주위는 하도 어두워서 숙소를 지나쳐가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 했다.      

  도마뱀
  아빠와 나는 욕실에서 각각 양치질과 양말을 빨고 있을 때, 방안에서 진경이의 고함소리가 들려 달려갔다. 진경이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천장 가까운 벽에 청록색의 커다란 도마뱀 한 마리가 염주알 같은 눈을 떼록 떼록 굴리면서 두 갈래의 혀를 날름거리며 붙어 있었다.

  진경이가 벽에 손을 기대고 거울을 보고 서있는데 손등에 이상한 감촉이 있어 보니 도마뱀이 올라타고 있었다고 했다. 징그러워서 도마뱀을 털어 냈는데 그놈도 놀랬는지 벽을 타고 천장 쪽으로 도망을 갔다는 것이다.  인도에서는 도마뱀이 집의 벽이나 천장을 타고 다니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는데, 우리 숙소에도 역시나 도마뱀이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손이 닿지 않은 곳에 붙어있어서 어떻게 잡을 도리가 없자, 아빠는 빗자루나 막대기를 구해보려고 나갔으나 그런 건 보이지도 않았는지 나중에 지배인과 함께 왔다. 지배인은 노- 프로브렘만 중얼거렸지 어떻게 할 방도를 몰랐다.  아빠는 애들이 징그러워하고 싫어하니 어떻게든 잡아 밖으로 내다 버리라고 했다. 지배인이 나가더니 낡아빠진 엉성한 빗자루를 든 종업원을 데리고 왔다. 그러나 그 빗자루는 도마뱀에게 닿지도 않았다.  밑에서 종업원은 우리가 보기도 참 어설픈 몸짓으로 벽을 빗자루로 탁 탁 쳤는데 도마뱀은 천장 틈으로 들어가 다른 구석으로 달아나서 욕실 가까운 천장위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아빠는 지배인더러 그것도 하나 잡지 못하냐고 핀잔을 주며, 잠을 자다 도마뱀이 틈으로 내려올텐데 아이들이 놀라지 않게 알아서 하라고 했다. 종업원이 다시 나가 신문지 뭉치를 들고 와서 돌돌 말은 후, 틈 있는 곳은 모두 돌아가며 끼워 메꾸었다.  

  열려진 문으로는 커다란 검정개도 주인을 따라와 숙소 안으로 들어오려고 기웃거렸지만
우리는「너는 가 !」하면서 문을 탁 - !  닫아버렸다.    

  여러 번 노- 프로브렘을 중얼거리던 지배인과 종업원이 돌아간 뒤 문을 보니 밑에 틈이 2-3cm정도 떠있다. 단층으로 넓게 지어진 호텔이라서, 잠자는 중에 혹시 강가의 늪이나 무성한 숲에서 「코브라」같은 독사가 기어들어 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위험한 「적과의 동침」이 될 것이다.  아빠는 또 뱀이 나타나면 이제, 저 얼간이 친구들을 부르지 않고 직접 잡아 버리겠다고 하며 우리를 안심시켜 주었다.  

  그러고 보니 인도사람들은 야무지게 동물을 때려 잡거나 죽이는 일이 일반화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싶다. 여기는 많은 성자들과 부처님이 태어나신 나라이기도 하고, 심지어 자이나 교인들은 농사를 짓다가 미물인 벌레라도 죽게 할까 봐서 농사조차 짓지 않고 상업에만 종사한다는 나라가 아닌가 말이다.

  우리는 도마뱀이 싫고 징그러웠지만, 어쩌면 그 도마뱀은 우리가 좋아서 아니면 친구가 되고 싶어서 온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저 도마뱀은 우리의 접대에 얼마나 서운하고 슬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쯤 우리가 누워있는 숙소, 어두운 천장 어느 한쪽 위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거나, 실망에 꼬리를 늘어뜨리고 어깨를 들먹이면서 다른 틈새로 해서 나가지는 않았을까 ?  가엾기는 했지만 개미도 꺼려하는 우리에겐 두 뼘 크기나 되는 짙은 청록색 도마뱀은 도저히 받아들여지지가 않은 일이다.

  타지 마할 　

  다음날 아침, 준비해둔 빵과 과일 등으로 아침을 먹고 문 여는 시간에 맞춰 타지마할에 갔다.  우리 숙소와 불과 25m 떨어진 동문을 통해 들어가니 동·서·남 문 길이 서로 만나는 곳의 북쪽에 타지마할로 들어갈 것 같은 커다란 정문이 있다.  바로 정문으로는 들어갈 수 없고 그 옆 오른 편에 조그만 검문소 같은 것이 있는데, 거기서 쇠붙이나 식품류 같은 것은 갖고 들어가지 못하게 소지품 검사를 한 다음 작은 문으로 입장을 하고, 정문은 나올 때 이용하도록 되어 있다.
  붉은 사암으로 된 정문에는 아랍어로 코란의 경구들이 새겨져 있다.  상당히 아름다운 건물이어서 만일 타지마할 앞에 있지 않고 다른 장소에 있었더라면 더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이곳에 있어 무심결에 스쳐 지나가게 되어 약간 가엾은 신세가 되었다 한다.
 

  다른 궁전이나 성 같은 것은 멀리서부터 눈에 뜨여 보이는데 타지마할은  야무나 강을 제외한 3면이 높은 담으로 둘러싸여 동·서·남문 등으로 들어와서 우뚝 솟은 정문 쪽을 통과해야만 보인다.  문을 들어서니 마치 거대한 아이맥스 영화의 한 장면 같이 타지마할이 여린 아침안개 속에 홀연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첫 느낌은,

  강가에 핀 「거대하고 하얀 연꽃 - !」이었다.

  가까이 가니 정말 연꽃의 향기가 감도는 듯하다.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은 오랜 세월을 통해 많을 사람들이 이야기해 왔기 때문에 우리는 되도록 전체적으로 음미하고 가능한 마음으로 향기를 느껴보기로 했다. 
  낭만적인 성격이 강했던 샤 자한은 정통적인 이슬람교도로서 특히 건축에 관심을 많이 쏟아 타지마할, 델리 성, 자마 마스지드를 건설했을 뿐만 아니라 아그라 성을 재 건축하기도 하였다. 그는 건축과 미술을 포함한 모든 예술분야에서 페르시아 풍을 강조했다. 이 건축물들은 모두 후세에 무굴 시대의 대표적인 작품들로 평가받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도 타지마할은 그의 아내에 대한 사랑과 결부되어 오늘날까지도 수많은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뭄타즈 마할은 무굴 제국 재상의 딸로 원래 이름은「아르쥬만드 바누」였으나 20세 때 샤 자한과 결혼하였다. 미모와 재능이 뛰어났던 그녀는 궁중의 보석이라는「뭄타즈 마할」의 칭호를 부여받고 황제의 극진한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남편의 둘도 없는 친구요 조언자로서 아름다운 미모에 부지런하기도 했던 그녀는 어디를 가든지 항상 남편과 함께 했다.  샤 자한에게는 4명의 왕비가 있었다. 그 중 제1, 제2, 제3 왕비에겐 자식이 없었고, 4번째 되는 뭄타즈 마할 왕비에게서 자식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녀는 불행히도 결혼 19년 동안에 14번째의 아이를 낳다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39살의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등진 그녀는 죽기 전 유언으로 남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만들어 달라고 한다. 그렇게 해서 왕비를 못 잊어 하던 샤 자한은 그녀를 위하여 강가에 흰 대리석으로 불멸의 묘를 만든 것이다.  이곳이 선정된 것은 지반이 단단하다는 것과, 강의 흐름이 왼쪽으로 꺾여있어 아그라 성 황제의 거실에서 내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샤 자한은 강 건너 검은 대리석으로 자신의 묘지를 세우려고 계획하고 두 곳을 잇는 다리를 은으로 만들어 연결하려 하였다. 그러나 아들의 반란으로 계획은 실현되지 못하고 훗날 부인의 곁에 안장되고 만다. 이렇게 하여 오랜 기간에 걸쳐「뭄타즈의 묘소」 즉 타지마할은 그 이후 아들 아우랑제브에 의해 유폐된 뒤 샤 자한의 비참한 말년이 더해지면서 오늘날까지 이곳을 찾는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낭만적인 장소로 이름 나게 되었다.
 

   마할이란 「커다란 집」이라는 뜻인데 때때로 궁전이나 커다란 무덤을 뜻할 때 쓰이기도 한다. 따라서 타지마할이란 「타즈가 잠들어있는 궁전」 또는「타즈의 무덤」이란 뜻이고 「타즈」는 샤 자한의 왕비「뭄타즈 마할」을 말하는 것이다.  이 무덤은 완성하는데 22년이 걸렸으며 하루에 2만 명의 사람들이 동원되어 지었다고 한다.  

  이 영원한 사랑을 위한 불멸의 묘는 샤 자한과 페르시아의 쉬라즈 출신인 건축가 우스타드 아흐메드에 의해 설계된 것으로, 무굴 제국의 전통과 그들의 개인적 삶의 여정에서 얻은 영감과 예술적 재능으로 이승과 저승 사이에 사랑과 죽음의 시적 공간을 만든 것이다.  설계대로 만들기 위한 장인들은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등지에서 초빙되어온 당대 최고의 예술가들을 포함하여 2만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가운데 1천 명은 설계사, 또는 이 묘소를 아름답게 꾸미는 내장공들로서, 왕은 이 건축의 조영이 끝나자 이 세상에 둘도 없는 그 본(本)을 없애기 위해서 그 중 가장 뛰어난 설계자 한 사람을 죽이고, 내장 공 10명의 눈을 멀게 하고  손가락을 잘랐다는 이야기도 있다.

  건축을 위한 자재로는 운반을 위해 천여마리의 코끼리가 동원되었으며, 서북인도 라자스탄의 마크라나에서 채취된 대리석을 비롯하여 건물 안의  장식을 위하여 대상(隊商)이 여러 곳으로 파견되었으며 러시아와 중국등지에서 수입해야 했던 비취, 버마의 루비, 다마스커스의 진주 등 여러 가지의 보석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보석들은 그후 대부분 도둑 맞았지만, 타지마할의 장려함은 오늘날까지 조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이 건물 좌우로 회교사원과 회당이 있고, 정면 3백m의 정방형 대 정원은 田자 형태로, 수로를 둔 전형적인 무굴 양식의 정원을 두어 타지마할을 물 속에 비치게 하여「현실과 비현실」·「이승과 저승」을 동시에 나타내 보이려는 것 같다.  十자형 수로가 만나는 곳 넓은 사각형의 대리석 기단 위에는, 아랍 부호의 아들과 놀러 다니다가 교통사고로 숨진 영국의 다이아나비가 오년 전 이곳에 방문해 앉아 사진을 찍었다고 하는「다이아나 의자」가 있고, 그 가까운 정원에는 인도에서 단 하나 밖에 없다는 우리 나라 소나무도 한 그루 있다. 다이아나는 샤 자한과 뭄타즈와의 사랑을 한 수 배우고 가거나, 소나무의 절개를 알고 갔더라면 죽기까지야 했을까? 다이아나는 여기서 무엇을 느꼈을까?      

  건물은 정사각형인 한 변이 약 95m, 높이 6ｍ가 되는 기단 위에 세워져 있고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똑같은 대칭형이다. 흰 대리석으로 된 중앙의 큰 돔은 높이가 44ｍ에 이르는 것인데 돔 사방에 또 다른 작은 돔의 키오크스(이슬람 지역에 있는 정자)를 배치하여 거대한 돔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담이 느껴지지 않도록 배려하였다.  기단 네 구석에는 첨탑이 묘를 지키고 서 있고, 기단 아래 동·서 쪽에 넓은 마당을 두고 붉은 색의 별관이 적절한 비례로 세워져, 중앙의 솟아오르는 듯한 분위기에 안정감을 주고 있다.  
  기단으로 오르는 곳부터 신을 벗어야  했으나 신 벗기가 싫은 우리는 따로 돈을 지불하고 덧신을 빌려 신었다. 깨끗한 대리석 바닥은 티끌하나 없이 반짝거렸다.
 

  입구로 들어가는 문 기둥에는 코란경전의 글귀가 아름다운 무늬처럼 새겨져 있는데, 겉으로는 거대한 사원 같기도 하고 또 궁전 같기도 하다.  묘안으로 들어가면 1.8m 높이로 팔각형의 섬세한 투조의 대리석 칸막이를 통하여 뭄타즈 마할의 석관이 보이고, 그 옆에는 샤 자한의 석관이 나란히 놓여있다.  중간에 있는 것이 왕비의 무덤이고 좌측으로 약간 비껴있는 큰 관이 왕의 무덤이다. 왕의 무덤은 약간 높은 곳에 있지만 왕비의 무덤은 평면에 위치하고 있다.  
  희고 검고 붉은 대리석으로 꾸민 꽃무늬들이 조화 있게 준 보석 상감으로 꾸며져 있고, 아라비아 문자로 「신은 완전하시며,  또한 영원하시 도다」라는 코란경이 새겨져 있다. 꽃 하나에도 64개의 조각들이 보석으로 박아 정교한 대리석 꽃 관을 만들었다. 왕비의 관에는 위아래로 코란경전 구절이 새겨져 있지만 왕의 무덤에는 경전 구절이 없다. 혹 무덤을 누가 해칠까봐 상층의 무덤을 화려하게 꾸미고, 진짜 무덤은 잘 다듬어진 돌계단을 따라 지하로 내려가서 똑같은 위치에 실제 관이 놓여져 있다.  
 

  타지마할 안의 조명은 자세히 관찰하기에는 상당히 어두운 편이었다. 그리고 실내에서는 카메라 사용이 금지 되어있었으나 우리는 사람들이 뜸한 방향에서「요 정도는 애교로 봐주겠지」하는 마음으로 두 세 번 불빛을 터트려 관의 꽃무늬들을 살펴보곤 했다.  건물 외벽 쪽으로도 아치형의 엘코브(방의 일부분이 움푹 들어간 물림간)로서 입체 구조로 된 아름다운 대리석 장식이 꾸며져 있고, 들어가지 못하게 철창이 둘러 세워져 있다. 또한 그 요철이 난 구석에는 흰옷을 입은 깡마른 사람들이 군데군데 번데기들처럼 끼여 앉아 지키고 있다.  
 

　  뭄타즈 마할의 미모에 관해서는 윗 대부터 내림인 것 같다.  
샤 자한은 1612년 아름다운 뭄 타즈와 결혼했다. 그녀는 자항기르의 후처인 누르 자한의 오빠 아사프 칸의 딸로서, 아사프 칸은 자항기르가 죽은 뒤 샤 자한이 왕위를 차지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다.

  샤 자한의 아버지 자항기르는 그의 부친 아크바르의 유업을 계승하여 무굴제국의 기반을 어느 정도 효과적으로 계승했다는 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1611년 자신의 나머지 생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친 페르시아의 미인 누르 자한과의 결혼으로도 더욱 잘 알려져 있는데, 이 페르시아의 미인 누르 자한은 곧 뭄 타즈의 고모가 된다.  
  뛰어난 미모와 담력을 지닌 누르 자한은 아크바르 대제 시대에 인도로 온 페르시아 귀족의 딸로 콴타르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17살에 페르시아인 쉐르 아프가니스탄과 결혼했으나 그녀의 남편이 반역을 꾀한다는 소문을 들은 자항기르가 1607년 군대를 보내 그를 처치한다.  이때 누르 자한은 어린 딸과 함께 왕궁으로 끌려 왔다. 그러자 그녀의 미모에 반한 자항기르는 4년 후 그녀와 결혼하게 된다. 자항기르는 그녀의 원래 이름인 미르 운 니사 대신 「누르 마할·왕궁의 빛」이라고 부르다가 나중에 다시 「누르 자한·세상의 빛」이라고 고쳐 불러 그녀의 아름다움을 칭송했다.

  자항기르와 결혼한 누르 자한은 자신의 아버지를 포함한 친척들을 무굴 제국의 관료로 임명하였을 뿐 아니라 자항기르의 말년에는 스스로 국정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녀의 정치적 야망은 1622년 자항기르의 아들인 샤 자한이 부친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한 원인이 되었다. (이때 뭄 타즈의 아버지는 누이동생인 누르 자한을 돕는 것이 아니라 딸을 위해 사위인 샤 자한을 적극 도와 왕권을 쥐게 한다). 또한 그녀가 페르시아인 이었던 관계로 무굴 제국 내에는 페르시아 풍의 예술과 문화가 성행하게 되었다. 페르시아 문화는 자항기르 시대 후반 간다라가 페르시아에 귀속되는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됨으로써 이후 인도 문화에 상당한 변화를 초래하였다.  　

  아그라 성

  아그라 성은 약 2Km를 사이에 두고 타지마할과 나란히 야무나 강가에 서있다.               
  타지마할과 아그라 성까지는 가로수 그늘이 있는 깨끗한 아스팔트길 때문에 힘들지 않게 걸어갈 수도 있지만, 서문을 나서자 사이클 릭샤 아저씨가 살살 꼬드기는 바람에 릭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사이클 릭샤는 오토 릭샤와는 달리 자전거 페달을 밟아서 가는 것인데, 우리의 릭샤 아저씨는 전혀 속도를 내지 못하고 끙끙 힘들어하는 것이다. 오랜 경력의 릭샤왈라였다면 이력이 나서도 잘 몰 것 같은데, 아주 요령부득이시다.  자전거가 잘 안 나가면 몸을 약간 들고 몸무게를 실어 페달을 밟을 수도 있고, 내리막길 같으면 약간 속도를 빨리 해서 달리다가 비탈을 오르면 한결 쉬울 텐데, 의욕이 없고 만사가 귀찮은지 전혀 직업의식이 없어, 걸음 속도보다 더 늦는 것 같아 매우 답답했다. 우리는 아그라 성 가까운 비탈길에 이르자 일찍 내려서 걸어갔는데, 사이클 릭샤는 인정상 타지 못할 것 같다.  

  허름한 릭샤와 핸들을 꽉 잡은 마른 손과 팔, 페달을 밟는 찢어진 신발과 튀어나온 발가락, 검고 가는 다리, 검은 뒷덜미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과  낡은 등뒤의 젖어만 가는 넓은 땀 자국 등이 마음 아프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용을 안 한다면 이 사람들은 수입이 없게 되어 또 곤란을 받을 것이다.  한 대학생 오빠는 할아버지의 릭샤를 타고 갈 때 언덕길에서는 내려서 밀며 올라갔다고 한다. 우리는 사이클 릭샤 뒤에 앉아서 힘든 노동과 노동의 댓가 그리고 삶과 인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원래 로디 왕조의 성이 있던 자리에 들어선 아그라 성은 당시 24세였던 아크바르 황제가 1565 -73년에 걸쳐 지은 것이다.
아크바르는 아들 자항기르를 위해 이 성을 불멸의 성으로 만들기로 하고, 높이가 50m에 이르는 성벽을 2.5km가량「머리카락 한 올도 낄 수 없도록」둘러쌓은 다음, 성벽 밖에는 10m 가량의 폭을 지닌 수렁을 파 놓았다. 성으로 들어가는 입구는 성의 남쪽에 아마르 싱 게이트 하나만을 만들었다.
  붉은 사암으로 쌓은 이 성은 아주 견고하여 지금도 전혀 훼손되지 않은 채 약 400년 전의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의 성은 자항기르와 그의 아들 샤 자한을 거치면서 알현실, 누각, 탑 등을 고치고 늘린 것이라 한다. 자항기르는 예술적인 조예가 매우 깊어, 인도의 정밀화는 그의 치세 때 절정기에 달했는데 그는 궁전 내부의 회를 바른 벽에 섬세한 꽃과 새 그림의 화조화를 장식하게 했다.
 

   황제의 알현실과 마당. 샤자한은 육중한 붉은 궁전을 뜯어내고 흰 대리석을 사용해  바람이 잘 통하도록 많은 기둥을 세워 궁전을 지어 새롭게 단장했다.  그의 아들 샤자한은  아크바르 때 지은 궁전들을 들어내고 공기가 잘 통하고 경쾌한 느낌이 나도록 많은 기둥을 살려 지은 개인 알현실을 짓고, 「진주의 모스크」라고 하는, 전체가 하나의 건물로 여러 가닥으로 갈라진 잎사귀 모양의 아케이드를 통해 뜰로 나가게 되어있는 모티 마스지드 등을 비롯한 흰 대리석 궁전을 세웠다. 모든 궁전 건물들을 기하학 무늬와 꽃무늬로 장식하고 돔은 청동으로 씌웠다. 
  슈슈 마할이라고 하는 유리 방은 왕비와 공주들의 욕실로 각 방에 대리석 욕조가 비치되어 있고  야무나 강의 물을 끌어들여 목욕물을 마련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홀의 벽과 천장은 회벽에 끼워 붙인 무수한 작은 볼록 거울로 덮여서 마치 빛나는 하늘의 별들처럼 장식했다.
 

  그러나 이러한 호화찬란한 건축물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산만 부르지 8각 탑이다. 샤 자한 황제는 뭄 타즈가 죽고 실의에 빠진 말년 아들 아우랑제브의 반란으로 아그라 성에 8년간이나 감금된다. 그의 마지막 거처가 된 이곳에서 그는 그녀가 잠들어 있는 하얀 대리석 돔의 타지마할을 야무나 강 저편 너머로 바라보며 시름을 달랬다고 한다.    
   

                                

  샤자한 시대의 건축물 구조는 아크바르 때에 비하여 웅장함과 독창성에  있어서는 뒤지지만 화려한 아름다움과 정밀하고 기교 있는 장식에서는 앞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성은 현재 인도 군인들의 군사 시설로 사용되고 있어 일부만 구경할 수 있다. 커다란 고목 아래는 다람쥐들이 과자 부스러기 등을 얻어먹으려고 사람들 손바닥에 올라오기도 한다. 여기서도 모이 장사하는 사람이 있는데 가격은 「좋으실 대로」다. 모이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다람쥐를 유인하니까 쪼르르 달려와 모이를 먹었다. 손이 간질 간질한 것이 신기해, 살살 쓰다듬으며 털을 만져보니 촉감이 보들보들하고 솜이불 같다.  

  조그맣고 귀여운 다람쥐와 뭔가 통하는 느낌이 들고 순수한 영혼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제 밤 홀대한 도마뱀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만일 지금 도마뱀이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역시「아니올시다」인 것은 분명하다.  그 도마뱀이 착한 녀석일수도 있는데, 겉 모습만으로 싫어하다니 … . 그러고 보면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에서도 생긴 모습은 참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