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CHITTAURGARH  '99. 1. 6 - 1. 7

    성 밖 풍경                                             

   오전 11시, 우다이프르를 떠나, 3시경 치토르가르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아도 높다란 고원 위에 장엄하게 펼쳐져 있는 이 성에, 곧 바로 오르고 싶은 마음으로 성 바로 밑에서 숙소를 구하려고 했으나 민가만 있을 뿐 호텔이 전혀 없고, 이곳 사람들은 호텔이라는 말조차도 알아듣지 못한다.
  동네 꼬마들이 헬로! 헬로! 쵸코렛! 하면서 쫄쫄 따라들 오니까 정말 외국에 온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양식 있는 인도 아저씨들은 귀찮게 따라다니는 꼬마들을 못 따라다니게 꾸짖기도 하고 또 큰소리를 내어 쫓아 주기도 했는데, 아빠는 이런 모습이 우리 나라의 40년 전하고 비슷하다고 한다.  

   성 아래서는 숙소를 구하지 못하고 결국 우리는 시내 쪽으로 한참 릭샤를 타고 가서 장미와 잔디가 잘 가꾸어진, 미라라고 하는 이 지역의 예쁜 공주의 이름이 붙은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이 호텔 식당에는 굉장히 큰 검정개가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주방장이 괜찮다고 했으나 그다지 반갑지가 않았다. 음식은 방으로 배달이 되었는데 2층까지 따라와서 방안을 기웃거렸다.  
  어 휴, 개 좀 묶어 두세요  -,  정말 싫어 !

  식사 후 다시 성에 가려 했으나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정거장근처에 우르르 모여있던 사람들이 말렸다. 그래서 성안은 내일 가기로 하고 릭샤 왈라와 이른 아침에 만나기로 약속을 해 놓았다. 저녁 무렵 아빠는 망원경을 갖고 옥상으로 올라가 안개에 싸여 희미하게 보이는 성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내려왔다.
 

  슬픈 역사

  성이 많은 라자스탄 (인도 서북부 사막지역) 중에서도 이곳 치토르가르 성채만큼 비참한 역사를 간직한 곳도 없다.  
  치토르가르 시, 지금은 건조기라 물이 말라 바닥이 드러나 있는 운하를 경계로 맞은편 높이 180m 언덕 위의 벌판에 남북 5-6Km로 뻗어있는 이 성은 1567년 우다이푸르로 이전하기까지 메와르 왕국의 수도였다. 14-16세기 동안 3번에 걸쳐 이슬람 제국의 맹공이 있을 적마다 성에 살고 있던 왕가의 자손들이라는 신분을 지칭한「무사족 武士族」의 라지푸트인들은 성을 지키기 위해 용맹하게 대항했다.

  라지프트는 스스로를 지금은 사라진 옛날 크샤트리아 태양 족의 후손이자 중앙아시아의 광대한 평원을 가로지르며 영토확장을 계속하다 북부인도를 침입한 용맹한 아리아인의 후손들이라고 여겼다.  
  전통 군인 카스트(계급)로 여겨지고 또 그렇게 주장해온 그들은 명예와 충성을 생명으로 여겼다. 그들은 키가 크고 강건한 체격을 소유했으며 거기에 용맹한 정신까지 겸비했다.  그들은 전쟁을 스포츠로 여길 정도였다 한다. 심지어 중세에는 축제가 끝난 후 군대를 이끌고 이웃 지방을 공격하는 지배자가 이상적인 라지푸트 왕으로 간주될 정도다.
한 소설에는 이들 무사 족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왕의 명령을 받고 멀리 심부름을 떠난 소설의 주인공 나르싱지는 가는 길에 잠깐 고단한 몸을 쉬려고,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자는 동안 짐을 봐 달라고 하였다. 그러나 부탁을 받은 사람들과 대가에 대해 시비가 붙자 나르싱지는 칼을 휘둘러 그 자리에서 다섯 명을 살해한다.  살인죄로 붙잡힌 나르싱지는 영국인 판사 앞에서 말머리마다 자기는 라지푸트라는 것을 반복하며 그들의 용맹성과 근성을 강조한다.  
「나는 태양의 아들 라지프트 입니다. 내 조상은 이 칼로 오만한 이슬람 군대를 쳐 부셨는데, 내가 이 영예로운 칼로 살인따위를 하겠습니까?」하며, 그는 단지 비천하게 태어난 막되 먹은 놈들을 죽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처벌을 달게 받겠다고 대답했다.
이런 내용으로 하여,「나르싱지의 범죄」라는 한 영국 단편소설은 라지푸트의 기질을 표현한 작품으로 이들 호전적인 종족의 특성을 잘 들어내고 있다.

   조하르
  델리의 술탄에 의한 1303년의 함락, 구라자트 술탄에 의한 1535년의 함락  그리고 무굴 제국의 아크바르에 의한 1567년의 함락을 겪을 때마다「조하르」가 행해졌던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조하르란 1303년 델리의 술탄 알라우딘 칼지에 의해 치토르가르가 점령당하게 되었을 때, 후손을 잇기 위하여 자식들을 피신시킨 라지푸트의 여자들은 결혼식 때의 화려한 옷으로 갈아입고 불붙는 거대한 장작더미가 있는 광장에 모여, 남편에게 작별인사를 건네고선 불 속에 뛰어드는 참혹한 희생의식을 치른 것을 말한다.   
  아내들의 자살을 지켜본 라지푸트들은 화장된 재를 이마에 바르고 환각제 등으로 정신무장을 한 후 노란색 겉옷을 걸치고선, 죽음만이 기다릴 뿐인 전쟁터로 비감하게 돌진함으로써 그 마지막을 장식하게 된다. 조하르는 라지푸트들의 전투역사에 종종 등장하는 것으로, 남자들은 영웅이 되는 것이고 여자들은 정조를 지킨다는 것이 된다. 이 의식은 이들의 후손인 라자스탄 지역 사람들의 불굴의 의지와 긍지를 상징하는 것이 되었다.

   파트미니의 이야기
  이곳은 의리와 용기로써 이름 난 곳이었고, 특히 여성들은 절개를 가장 높은 미덕으로 여겨왔다. 이곳에서는 지금도 힌두교 여성의 거울로 삼고 있는 여걸 파트미니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14세기초 당시 이슬람교도 서울은 델리였고 힌두교도의 서울은 이 치토르가르였다. 이 두 국가는 서로 종교적인 문제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
  힌두 왕에겐 아름다운 딸 파트미니가 있었는데, 나이가 차자 각지에서 구혼 신청이 들어왔다. 그러나 파트미니는 아버지인 왕과 치토르가르의 백성만 사랑할 뿐 누구와도 결혼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소문을 들은 이슬람 왕은 아름다운 파트미니를 아내로 삼고자 하는 구실로 힌두 왕에게 통고하기를, 파트미니를 왕비로 맞고 싶은데 만일 거절한다면 치토르가르를 공격하여 공주인 파트미니를 강제로라도 빼앗겠노라고 위협했다.  힌두 왕이 이를 승낙할 리가 없었고, 이슬람 왕은 십만의 군사를 거느리고 치토르가르 성으로 밀려들었다.  힌두 군은 맞서 싸웠으나 워낙 이슬람 군이 강했기 때문에 성문은 파괴되고 치토르가르의 거리는 적의 발에 짓밟혀가고 왕은 전사한다.
  이 광경을 궁전 탑에서 바라보고 있던 파트미니는 만일 자기가 잡히면 힌두교도의 크나큰 수치가 된다고 생각하고 12명의 시녀들에게 각각 한 다발의 장작과 기름이 든 단지를 들려 가지고 궁전에 있는 지하실로 들어가 문을 잠근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름을 부은 장작에 불을 붙였다. 명예롭지 못한 일을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한 것이다.  물론 공주를 뒤따라 성안의 모든 여자들이 조하르 의식을 치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뒤 그녀는 우리 나라 열녀 춘향이와도 같이 수절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지금껏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다.  

   서티   
  조하르와 비슷한 것으로 서티라는 풍습이 있다.
  이것은 남편이 죽을 경우 살아있는 아내가 죽은 남편과 함께 화장하는 제도를 말하는데 동북쪽 벵골지역 일부와 이곳 치토르가르가 있는 서북쪽 라자스탄 지역에서 주로 행해졌다.
신화에 따르면, 서티는 시바신의 아내다.  
  그녀는 전생에 시바신을 매우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의 아버지가 결혼을 완강히 반대를 하자 다음 생에 다시 태어나서라도 시바의 아내가 되겠노라면서 분신 자살을 한다.  이리하여 다음 생으로 다시 태어난 서티는 그녀를 알아보지 못하는 시바 를 우여곡절 끝에 설득, 결국 그의 아내가 되고 말았다는 내용이다.

  진정한 사랑을 위한 서티의 죽음으로 「서티」라는 말은 이후 남편과 함께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산채로 화장되는 힌두 여인과 그 관습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는 삶은 아무런 의미도 가치도 없다는 여필종부의 자세인 이 관습은 나중에 영국식민지 시대 때,  살인으로 규정 지어지고 법으로 금지되었다.   남편과 함께 화장되는 대다수 여인이 강제로 죽임을 당한다고 여겼고, 이들은 시가 식구의 체면과 주위의 압박에 못 이겨 남편의 시체에 묶이거나 대나무 막대기로 두들겨 맞으면서까지 억지로 장작더미에 오르는 희생자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아크바르의 공격
  무굴 제국의 가장 뛰어난 군주로서 제국을 확고한 기반 위에 올려놓았던 제3대 왕인 위대한 인물이란 이름의 「아크바르」 황제의 영토 확장은 라지프트 지역의 가장 중요한 요새인 치토르가르 성의 점령에서부터였다.  

  치토르가르는 아그라에서 구라자트(서북 해안에 있는 지역)로 가는 최단거리에 위치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도 라지프트인들의 끈질긴 저항정신의 상징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크바르로서는 치토르가르의 점령이 없이는 라지프트인들을 자신에게 굴복시키기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치토르가르 성은 견고했으며 라지프트인들 또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끈질기게 맞서 싸웠다. 그러나 그들의 죽음을 무릅쓴 용맹도 물밀 듯이 밀려오는 무굴 인들 앞에서는 중과부적으로 허물어졌다.
  이때에도 조하르 의식은 치루어져, 여자들은 명예로운 죽음을 결의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으며 화염이 그녀들을 휘감았을 때 남자들 또한 장렬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이 순사와 격전의 순간은 치토르가르에 영원히 빛나게 되었고, 결국 6개월간의 투쟁 끝에 성안의 대부분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전쟁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아크바르의 입장에서도 이 같은 대학살의 처참한 광경은 난생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정도로 치토르가르 성의 함락은 어려웠다. 힘들게 승리를 거둔 아크바르는 비록 적이었지만 그들의 저항정신을 높이 사, 아그라의 성문 앞에 장렬하게 전사한 그들의 기념 동상을 세우도록 했다.

  라지푸트인들의 용맹함과 그 세력을 인정한 신흥 이슬람 제국인 무굴 왕조가 끝없는 소모전만을 초래하는 대립대신 혼인을 통한 결탁 등의 타협 책을 쓰자, 대부분의 라지푸트들이 이에 동조하여 이후 지배계급과 영합하거나 자체세력을 형성하는 등으로 발전하였다. 그래서 아즈메르를 위시하여 치토르가르, 란탐보르 등에 큰 세력으로 자리잡아 견제와 연합을 반복하여 라자스탄 지역의 역사를 이루어 갔다.

  폐허의 성터

  라지푸트 주민들의 장렬한 죽음도 이제는 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두 개의 탑과 몇 개의 사원만을 남기긴 채 궁전은 돌무더기로 변해버리고,  그 흔적만이 도시의 슬픈 역사를 일깨워주고 있다.
유적들이 모여있는 성은 높이 솟아오른 언덕 위 넓은 평원에 형성되어있어 제 1관문에서 7관문까지 2km 가량의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올라가야 한다.  S자형 길을 따라 7개나 되는 성문을 지날 때마다 문에 새겨진 무늬와 형태들에 감탄이 절로 난다.  머리 위로 아득히, 길고 긴 타원형으로 뻗쳐있는 성벽들은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힘으로 우리를 압도한다.  
  폐허가 되어 궁전 벽을 꾸몄던 회 벽은 다 떨어져 나갔다. 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만들던 구조와 뼈대, 돌의 모양·색깔들이 앙상하게 다 드러나 보였지만, 그래서 더욱 어린 시절 쌓기 블록으로 놀이하듯 하나하나 쌓는 성처럼 정겨운 추억마저 느끼게 하는 아늑하고 꿈결같은 궁전들이다.  

  벽을 쌓아올릴 때 돌들의 이용법과 테라스 올린 곳의 잔돌 사용세, 창을 만들 때 이용한 돌들의 크기와 모양, 벽에 불거져 나온 창문들은 어떠한 구조와 모양세로 쌓아 나오게 만들었고 거기에 무늬들은 어떻게 새겨 끼워 넣었는가 하는 것들이, 가리지 않은 진실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보여지고 있다.
  견고한 성을 쌓을 때 이모저모 궁리해가며 애쓰던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이는 것 같다.   
  옛 주민들의 처절하고도 장렬한 역사는 잠시 잊은 채 우리는 푸른 하늘과 따스한 황금색 아침 햇살이 비치는 돌무더기들 위에서 감미로운 명상에 잠겨보기도 했다.   
 

  미라바이 사원에 37m의 9층 건물 승리의 탑에는 안팎에 힌두 신들과 당시의 일상생활 장면들과 아름다운 문양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탑은 시인이자 음악가로 아름다운 건축물도 많이 지은 왕이었다는 라나 쿰바는 메와르 왕조의 왕 중 뛰어난 지도력을 가졌던 왕으로, 그가 말와의 이슬람교 술탄(왕)을 물리친 기념으로 1458-68년에 걸쳐 만든 것이다.　
 

  파트미니의 궁전은 엉망이 되어있었지만 입구에 사람이 머무는 듯 정원으로 정리되어 있다.
  파트미니 공주가 궁녀들과 분사한 곳은 아직도 검은 그을음이 남아 있고 그녀들의 정서와 전혀 맞지 않을 무심한 사람들이 그을음을 긁어 낙서를 해놓기도 했다. 돌을 깎아 만든 아치형의 창을 통해 밖을 내다보니 언덕아래 조그만 호수가 보이고 그 안에도 호수 궁전이 있던 흔적이 남아 있어, 쾌적하고 영화로웠을 파트미니와 궁녀들의 당시 생활 모습과, 당당하게 끝내버린 생의 마지막 날을 느껴볼 수 있었다.  
 

  멀리 동문 쪽으로는 자이나교 제 1대 아디나트에게 바쳐진 12세기에 건설된 22m의 7층 명예의 탑이 있고, 그 옆에는 자이나 신상들이 벽에 빽빽하게 새겨져 있는 사원이 한 채 있다.
  궁전은 폐허가 되었지만 예상 외로 사원과 그 안에 있는 탑들의 장식 무늬와 신상의 모습들은 전혀 손상이 되지 않은 채 완벽한 모습으로 있다.  탑과 사원의 벽에 예리한 정과 쇠망치로 정교하게 쪼아 새겨진 신상과 무늬들은 보면 볼수록 친근감이 더해가고, 우리는 점점 깊이 그것들에 빠져들어만 갔다.
우리는 넉넉한 시간을 갖고 성안의 구석구석과 유적들에 새겨진 신상과 무늬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기도, 손으로 만져가며 감촉을 느껴보기도 했다.  따스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성의 동문 밖 멀리 끝없이 펼쳐진 평원과 재잘대며 느릿느릿 좁은 언덕길을 오르는 가방을 맨 아이들 무리가 바라보였다.  
 

  마지막으로 박물관에 들렀다. 창과 칼, 이상한 모양의 도끼, 그리고 총도 있었다. 성안의 사람들이 이런 무기를 갖고 싸운 것이라 하니 괜스레 우리의 손이 불끈 쥐어질 정도다. 그리고 섬세하게 그려진 왕들의 생활모습을 그린 그림, 시바신과 배가 불룩 나온 가네샤라고 하는 코끼리신상 등이 있다.

  갸네샤는 시바의 아들이다. 어느 날 화가 난 시바가 아들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는데, 아내가 원망을 하자 코끼리얼굴을 붙여 되살렸다 한다. 코끼리 신은 상업의 신으로 장사가 잘되기를 바라는 가게에 꼭 모셔져 있다.  그러고 보니 이 폐허의 치토르가르 성에도 예전에는 매점도 있고 사람 살기 괜찮았던 곳이니 너무 우습게 보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는 한가롭고 평온한, 아이들 두 세 명 정도나 폐허 위에서 뛰노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곳, 텐트를 치고 몇 일이고 머물고 싶은 치토르가르 성을 아쉬운 마음과 함께 뒤로 해야만 했다.
 

  포장마차 퉁가를 타고　

  우리가 치토르가르를 떠나 아즈메르로 가는 버스 터미널로 향해갈 때 한 노인이 모는 퉁가라고 하는 2륜 마차를 타고 갔는데, 성안에서 우리를 안내했던 릭샤꾼 형제들이 뒤에서 잘 가라며 손을 흔들며 한동안 따라오고 있어, 우리도 뒤돌아보면서 함께 손을 흔들어 인사를 나누었다.

  우리가 탄 퉁가는 미국 서부영화에 등장하는 포장마차 같은 천막이 둘려 있다. 그런데 버스 터미널 가까이, 기차가 지나다니는 굴다리 밑을 통과하게 되자 굴다리 높이가 낮아서 포장 지붕을 재껴야만 했다. 의자에 앉아서 늙은 통가 할아버지와 아빠, 그리고 우리도 거들어가면서 지붕을 젖히고 굴다리를 통과한 후 다시 지붕을 세워 펼쳐가며 갔는데 참 원시적인 것 같으면서도 인상에 남는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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