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ahmadabad/ india

우리 나라 고속도로의 무법자 짐 실은 트럭보다 더 빠르고 무섭게 달리는 총알 버스를 타고 장장 15시간. 참으로 머나먼 아메다바드 !

뭄바이 센트럴에서 차를 갈아타기 위해 잠시 내렸는데 배낭을 간판 세워두는 곳에 기대 놓았더니 상점 주인이 간판 글씨가 보이지 않으니 다른 곳에 세워 두라고 한다. 그래서 약간 떨어진 곳에 배낭 두 개를 서로 의지하게 기대 놓으니 자꾸 굴러 넘어져, 여러 차례 그러다 보니 옆에 사람들이 모두 웃는 것이다. 그러니까 상점주인은 자기네 가게 안에 안전하게 보관해 두라고 친절을 베풀어서 짐을 맡기고 가벼운 몸으로 잠시 시장 쪽으로 가서 차안에서 먹을 빵과 음료를 준비했다.

우리가 탄 버스는 다른 차도 마찬가지 겠지만, 우리가 느꼈던 인도 그 자체이다. 허름하지만 몸집자체는 강건하고 우람하다. 크르릉 거리며 깊은 곳에서 울려 나오는 듯한 엔진소리는 우리 몸을 뒤흔들 정도로 크고, 삐리릭 ∼ 하며 울리는 경적소리는 심하게 얘기하면 귀가 먹먹할 정도다. 그리고 너무나 사정없이 달렸다. 마주 오는 차하고는 마치 부딪칠 것같이 아슬아슬 하게 비켜간다. 만약 앞을 보고 있다면 비명이라도 나올 것이다. 우리는 정말 가슴이 떨려서 잠을 잘 이루지 못했다.

  언니가 앉은 옆 창문은 고리가 없어서 털털거리는 차체에 흔들려 자꾸만 열린다. 계속해서 닫지만, 조금 지나면 또 열려 찬바람이 뿜어져 들어오고 있다. 굉장히 어두운 밤이고 끝없는 벌판을 달린다.
  잠결에 가끔 두려운 생각이 든다. 인적도 없는 이런 칠흑의 벌판에서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강도들이 나타나지는 않을까,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
  밤 세시 경 찢어질 듯한 음악을 틀어놓은 어느 조그만 휴게소에 도착했을 때, 아빠는 나뭇가지를 꺾어 쐐기모양으로 바깥창문 밑에 끼어 박았다. 그리고 안으로는 떨어져 나간 손잡이 구멍으로 끈을 넣어 문 틀의 고리에 여러 겹 동여매었다. 그후로 우리는 그나마 모든 것을 잊고 잠에 들 수가 있었다.

  날이 밝자, 운전기사는 조수와 임무교대를 하고 운전석 뒷편에 마련된 좌석 겸 간이침대에 담요를 덮고 누웠다. 운전대를 잡은 조수는 선배에게 물려받은 솜씨대로 앞뒤 볼 겨를 없이 타이어 바퀴야 나 살려라 하며 몰아 나간다.
  정말 무서운 총알 버스이다.
  결국 시내 들어가기 전 어느 변두리에서 앞에 가는 트럭 꽁무니를 들이받았다. 쿵 - !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앞 좌석에 머리를 부딪치고, 언니는 아빠가 받쳐준 배낭에 옆으로 비스듬히 기대고 있었기 때문에 괜찮았다. 숄을 걸치고 자고 있던 한 아저씨는 통로 바닥으로 굴러 떨어져 미끄러져 나갔다. 차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놀라고, 아찔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한 순간이었다. 인도 사람들이 놀라서 말없이 두리번거리는 눈동자는, 왠지 슬픈 웃음이 나오게 한다.

차가 워낙 튼튼해서 인지 그이상의 탈은 없었는데, 밖에 나가보니 버스의 눈알은 튀어나와 있고 광대뼈 같은 곳은 찌그러져 있었다. 트럭은 번호 판 부분이 상해 있다. 약 삼십분간 걸쳐 서로 합의를 보았는지, 버스는 튀어나온 전조등을 덜렁 대며 달린다. 선배 운전사는 조수에 대해 별 꾸중을 하지 않았지만, 소침한 표정의 조수가 가여워 보였다.
무굴 황제 자항기르(샤자한의 아버지)가 왕비 누르 자한과 머물렀다는 캉게리아 호수를 돌아 버스는 정거장에 도착했다. 면직물 중심도시라서 그런지 길에서도 실을 감는다거나 염색을 하는 등 양쪽으로 길게 물레를 놓고 일하는 모습들이 보였고, 마치 새들이 날아가는 것처럼 하늘엔 연들이 무수히 날고 있다.

아득히 멀리, 15시간에 걸쳐 드디어 아메다바드에 도착한 것이다.

뭄바이서는 없던 오토릭샤를 타고 아빠가 미리 찍어둔「스윗 드림」호텔로 직행했다. 왜냐하면 아빠는 워낙 달콤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호텔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이름대로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을 정도로 아주 예쁘고 깨끗했다. 침대와 가구들은 심플하고 화장실 안에는 인도식 방법의 물통과 양변기에는 비데가 설치되어있다. 어제 밤 버스에서 마구 흔들리느라고 이루지 못했던 잠을 침대에 누워 3시간 정도 쉬었더니 쌓였던 피로를 다 풀 수 있었다.

방에서 밖을 보니 진흙을 구워 만든 붉은 기와를 얹은 방직공장의 크고 넓은 지붕이 보인다. 그 밑에는 공장 벽에 붙여 지은 가정 집이 보였는데, 마당에는 깨끗한 자전거가 세워져 있고 부엌 문 앞에 엄마와 딸이 다정히 마주 앉아 채소를 다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더운 뭄바이에서 벗어나 북쪽인 이곳으로 오니까 기온 차가 나 시원해서 좋다. 하지만 뭄바이 보다는 복잡하기만 하다.
  아메다바드는 아라비아해 동 북쪽 끝에 위치해 있는 구자라트주의 주요한 도시로서, 원래 이 도시는 AD11세기경 이 지역을 다스렸던 카나소란키 왕이 세운 카나바티라는 도시이고, 지금의 아메다바드는 15세기, 구라자트 왕국의 이슬람 왕 아메드 샤가 30년이 넘은 긴 치세기간 동안에 수도를 파트나에서 이곳으로 옮겨 이룩한 도시이다.

  이곳은 무굴 제국 이전의 오래된 건축물들이 많이 남겨져 있는데 지금도 대부분 잘 보전되어 있고 15세기와 16세기, 힌두 문화와 이슬람 문화가 섞이던 때에 지은 인도 사라센 양식인 여러 건축물들이 많다.
  아메다바드는 자동차와 오토릭샤의 배기 가스로 도시가 뿌옇고 정신없이 산만해 보였다. 도시전체가 매연과 먼지 등으로 숨쉬기가 불안할 정도로 뿌옇고 교통혼잡이 어지러울 정도다. 거기다 관광할 곳이 흩어져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오토바이를 개조해 만든 세 개의 바퀴로 된 오토릭샤를 이용해 다니기로 했다.    　

다다하리 계단우물
1501년에 만들어진 다다하리 계단우물은 엘로라 · 아잔타와도 비길 만큼 훌륭하다고 한다. 겉으로는 약 25×70m 정도의 야트막한 돌로 된 구조물과 정자로 이루어져 있다. 정자와 우물 위에는 나무 꼬챙이를 든 동네아이들이 뛰어 놀고 있었고 구조물 위 짙은 나무그늘이 머문 곳에 노인 한 사람이 한가롭게 걸터앉아 가느다란 담배 연기를 흘려 내고 있다. 커다란 돌로 된 정자 가까운 곳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계단 우물이라고 해서 대단히 보고 싶었는데, 내려가면서 층층이 기둥들이 세워져 갈수록 고층건물이 되어간다. 땅 위에 낮게 드러나 있지만 지하로 5개의 층으로 구분되어진 완만한 계단을 내려가서 물이 나오는 곳에 이르는 큰 건축물이다. 깊이 내려가며 일정한 간격을 두고 넓은 공간을 둔 층이 조성되어있는데, 이 공간들의 벽과 기둥들에 갖가지의 조각들이 아름답게 장식되어있다.

     다다하리 계단 우물과
     돌에 새긴 섬세한 장식

     우물이라기 보다는
     지하궁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둥엔 아름다운 꽃무늬 조각이 새겨져 있고 벽에도 입체적 구조로 다양한 모양새와 무늬들로 너무나 섬세하고 아름답게 나타내었다. 울타리 같은 것은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오르내리며 구경할 수 있고 술래잡기 놀이하기에 참 좋은 장소인 것 같다.
맨 아래 물이 고이는 곳은 말라있는데, 옛날 실연 당한 여자들이 우물로 뛰어들어 자살하는 일 들이 늘게 되자 흙으로 메워 물길을 막아버렸다 한다.

  시디 사이야드 모스크
  아메드 샤의 하인이었던 시디 사이야드에 의하여 지어진 사원으로, 크지 않은 규모의 이 사원은 지금은 길 한가운데 나앉게 된 묘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어 온갖 소음과 매연에 찌들려 있다.  이곳에는 아름다운 창문 장식이 있는데, 조각가의 신중하고도 섬세한 손길이 엿보이는 세 개의 돌 창문은, 나뭇가지들이 여러 갈래로 뻗은 모양으로 도안되었다. 가지 사이로 빛이 통과해 들어오도록 투조로 되어있어 마치 정확한 명암법을 바탕으로 그려진 회화 같은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데, 이러한 기법은 이시기에 절정을 이루어 무굴 제국시대에도 적극 활용되었으나, 이 돌 창문과 같은 정교함은 다시 이루지 못했다 한다.
  1472년에 지은 것으로 아담하고 조촐한 예배당이 남아있을 뿐이지만 인도 사라센의 건축 양식이 잘 조화를 이룬 대표작으로 꼽힌다.

     나뭇가지를 소재로 해서
     마치 그림처럼 꾸며진
     돌 창살

　 자마 마스지드
1423년 이슬람 왕 아메드 샤는 구라자트 지역에 있던 자이나교의 풍부한 건축술을 받아들여 지은 인도 사라센 양식의 건축으로 자마는 「집회」 마스지드는 「엎드리는 곳」이란 뜻으로 무슬림의 종교생활 중심지이다.

대 사원으로 들어가는 입구 앞에는 넓적한 검은 색 돌이 깔려 있다. 이것은 원래 자이나교의 신상 아래에 있던 받침돌 이였는데 이처럼 입구에다 깔아놓고 알라신에게 기도하기 위해 오가는 사람들에게 짓밟히도록 하는 것은 다른 종교에 대한 거부감을 나타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입구에는 한 아주머니가 어린 딸과 함께 사원에 들어가는 사람들의 벗어 놓은 신을 봐주고 나중에 수고 비를 받는데 사업은 주로 여섯 살쯤 되어 보이는 딸이 맡아서 한다. 어린 꼬마지만 관록이 붙어서 여간 똘똘한 것이 아니다. 목소리도 카랑카랑하고 적선으로 주는 돈이 적으면 더 달라하고, 낡거나 찢어진 돈은 아예 받으려고 하지도 안는다.

한때는 천여 개를 헤아렸다던 사원들의 도시답게 아직도 많은 사원들이 제각기 규모와 특징을 지니고 여기 저기에 널려있고, 이미 몇 군데 들르고 온 뒤라 이제 사원에 들어간다는 것이 귀찮아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사원에 들어갈 때는 꼭 신을 벗어야 하고 신을 벗으면 또 양말까지 벗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들의 조그맣고 하얀 맨발로 신전을 돌아다닌다면 신께서도 기뻐하시겠지만 우리들의 신앙심이 그렇게 돈독하지 못 하걸랑요.

자마 마스지드의
기도 실　

이곳은 인도에서 가장 큰 모스크 가운데 하나라고 하는데, 256개의 돌기둥이 늘어선 예배당의 장엄한 모습과 돌기둥 위에 놓여진 평평한 지붕 위를 따라 세워진 돔과 수 없이 많은 조그만 정자들 모습이 환상적이다. 그리고 하늘위로 점점이 날아올라 군무하는 새떼들의 모습이란 … !

무릎을 꿇어 예배를 올릴 수 있도록 평평한 돌을 깐 운동장 같은 넓은 마당이 있고, 입구 가까이 손과 발을 씻을 수 있는 돌로 만들어진 연못에서 대부분 신자들은 습관적으로 발을 담그고 마음을 정결히 하려는 것 같다. 검정말을 타고 모래 먼지를 날리면서 시퍼렇게 번득이는 반달 칼을 근육질의 손에 힘껏 쥔 전사들의 후예이기도 하겠지만, 지금 사원 안에는 수많은 교인들이 끓어오르는 애절하고 진실한 심정으로 신을 경배하고 있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아메드 샤의 무덤
15세기에 이곳으로 왕도를 옮긴 아메드 샤는 국가의 행정을 정착시키는 한편 영토 확장에도 많은 힘을 기울였고 궁전과 시장 그리고 이슬람 사원을 가진 많은 도시를 건설하였다. 이 과정에서 자이나교의 아름다운 건축술을 받아들여 여러 형태의 독특한 건물들을 지었다. 그는 힌두 세력을 침략하면서 힌두교 사원들을 파괴하기는 하였지만 자신의 정부에 힌두인을 고용하는 데는 아무런 차별을 두지 않았다. 그는 또한 법률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여 살인을 저지른 자신의 양아들을 저잣거리에서 사형에 처하기도 하였다 한다.

그의 무덤은 자마 마스지드 사원의 동쪽 문 옆에 있는데, 문을 나와 옆 건물로 가는 사잇길은 지저분하고 더러웠다. 입구에 벗어 놓은 신을 가지러 갈 수도 없고 해서 우리는 맨발의, 뒷굼치를 들고 닭살을 돋우며 갔다. 여자들은 이곳의 안마당에 들어가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지만, 우리는 관리인과 아빠를 따라 들어갔다. 무덤은 화려한 장식이 된 천으로 둘러 씌워져 있고 천을 들쳐보니 무덤, 즉 아메드 샤의 석관을 볼 수 있었다. 그의 부인 석관은 구획된 뒤쪽을 돌아가면 있다.
석관은 여러 가지 꽃무늬를 상감 기법으로 대리석에 새겨 넣어 화려했지만 그 속에 아메드 샤의 시신이 들어있어서 그런지 분위기가 좀 이상하고 음침했다. 우리는 입구 쪽 밝은 곳으로 나와서 관리인 아이들과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리고 여기서도 무엇보다도 돌로 만든 창의 무늬가 섬세하고 아름다웠다.

  밤에도 시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서 오랜 만에 아이스크림 맛도 보았다. 조그만 남자아이가 문 벽에 기대어 서서 가게 안을 오랫동안 빤히 바라보고 있더니 가게 앞 휴지통에 있던 껍질에 묻어있는 아이스크림을 빨아먹고 있다. 사서주기에는 생각보다 비싸기에 진경이가 먹던 것을, 좀 그렇긴 하지만 깨끗이 남겨서 그 애에게 주었더니 얼른 그러나 무표정하게 받았다. 새 것으로 사줄 것을 그랬나 하는 생각에 왠지 기분이 한동안 찝찝했다.

  사과를 사는데 저울에 무게를 달아서 준다. 서비스로 조그만 사과 한 개를 주인이 더 주었는데, 옆에서 구경하던 할아버지가 주인의 허락도 받지 않고 조그맣고 감 맛이 나는 치구라는 과일을 집어 넣어준다. 할아버지와 주인아저씨, 그리고 우리는 서로 바라보고 말없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손수레 위에서 남자아이가 밀가루 떡을 구워 팔고 있다. 손등은 새카만데 손바닥은 기름 범벅이지만 하얗다. 떡 굽는 솜씨가 대단하고 장사도 굉장히 잘한다. 어릴 때부터 해오던 일인지 판에서 뒤집는 거라든가 양푼에 담긴 엿물을 발라 주거나 비닐봉지에 담아주는 솜씨가 어느 경지에 오른 것 같다. 떡 봉지를 건네 받으면서 그 애에게 대단하다는 감탄의 표정을 지어 보이니까 그 애도 기름 범벅의 오른손을 가볍게 슬쩍 들어 보였다.

  아빠는 무슬림들이 쓰는 모자를 구했다. 검정 바탕의 흰색 아라베스크한 무늬가 들어있는데, 아이스크림 하나 값하고 비슷했다. 가게 주인이 돌려가며 모양새를 잡아준 뒤, 쓰고 다니던 모자를 벗고 어색한 것도 없이 바로 쓰고 다녔는데 우리가 보기에도 잘 어울렸다.
  밤의 시장구경은 참 즐거웠다. 사람들도 활기 차게 흥청대고 어둠을 배경으로 빛나는 등불들이 아늑하게 정겹고 진열된 물건들도 조명을 받아 한결 색깔과 모양들이 좋아 보였다.
  이제는 어느덧 인도 속에 동화가 되어 가는 것인지, 여기가 인도인지 한국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다. 불빛 속에서 보는 시장 풍경이 더욱 정겨워서 일까, 아니면 우리가 분위기를 타는 것일까?

  아빠는 아침 산보를 가고 우리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아빠가 돌아온 뒤, 어제 시장에서 사온 과일과 남자아이가 멋지게 엿물을 발라준 밀가루 떡을 아침 대용으로 먹고 게으름을 피우다가 짐을 챙겨 정거장과 가까이 있는 시디바시르 모스크로 갔다.
  내가 꼭 가고 싶다고 해서 바삐 오게 된 곳이다. 사원이기 때문에 아빠는 맨발로 들어가고 언니와 나는 양말을 신은 채 들어갔다. 사원의 어떤 아저씨가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토대가 연결되어있어 한 쪽 탑이 흔들리면 다른 쪽 탑도 흔들바위처럼 흔들린다고 한다.
  기묘한 탑 아래를 걸을 때는 탑이 떨어질지도 모르니 머리를 조심하라고 하는데 정말로 탑이 흔들려서 떨어질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
  사원 벽에 새겨진 꽃 그림들이 너무 섬세하고 예뻤다. 오래도록 구경하고 싶었으나 곧 우다이프르로 가기 위해 떠나야 했다.

흔들리는 탑의
정교한 장식　

오토 릭샤가 너무 거북이 걸음을 걸어서 12시 버스를 놓쳤다. 그러나 정거장에서 몰려다니며 일을 보고 있는 무슬림 청년들의 안내로 1시에 떠나는 사설버스를 탈수가 있었다. 아빠는 배낭을 좌석에 올려놓고 청년들과 차라도 한잔하기 위해 나갔는데, 한참만에 돌아온 아빠는 그들이 이미 어디론가 가버려서 만나지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버스를 타고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때 바로 옆 길 가에서 한 아주머니가 커다란 함지 통에 쇠똥을 가득 넣어 맨손으로 반죽을 하고 있다. 골고루 반죽을 잘 한 후, 노란 색 페인트칠이 된 정거장벽에다가 한 움큼씩 떠서 발라 붙인다. 말려서 나중에 땔감으로 쓰기 위한 것이다.
  손가락 자국이 마치 무늬처럼 보였고, 좌우로 나란히 질서 있게 붙이므로 모양새는 예술적으로 봐줄 수 있었는데, 어떻게 도시 한 가운데서 이런 일이 … .
  신 신은 발로도 밟힐까봐 쩔쩔매는 소 똥을 맨손으로 마구 휘젓다니 과연 대단하신 아줌마이다.

터미널을 떠나는 버스 안에서 다시 흔들리는 탑 2개가 보였는데 멀리서 봐서 그런지 약간 기울어져 보이는 것 같다. 내 소원을 풀어서 좋았다. 이제 버스를 타고 우다이프르를 향해 9시간을 가야한다.
도로 가에는 허연 낙타가 고개를 들고 먼 데를 바라보며 수레를 설렁설렁 쉽게도 끌고 가고 있다. 그 모습이 처연해 보인다. 마치 세상을 오래 살아 인생을 다 알고 달관한 나이 많은 노신사가 지팡이를 뒷짐진 채 잡고 종종 걸음으로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버스 안에서 우리 뒷자리 앉은 남자아이하나가 내 머리를 톡톡 건딜었다. 언니는 자기보다 크니까 상대하기가 거북하고 내가 작으니까 만만해서 그러나 보다. 나는 갖고 있던 비닐봉지로 때리는 시늉을 했더니 그 애 누나와 엄마가 그 애를 말리기도 혼내주기도 했다. 그러나 그때뿐 계속 버릇없이 굴고 있다. 나중에는 의자 옆 틈으로 손을 내밀어 내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그래서 나는 들고 있던 과자가 든 비닐봉지로 그 남자 애 머리통을 힘껏 두 번 내리쳤더니 그 다음부터는 까불지 않았다. 언니는 재미있어 보였는지 옆에서 깔깔 거리기도하고 한 대 더 때리라고 하며 응원도 해주었다. 이렇게 해서 인도 아이와 첫 부딪침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