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MUMBAI   '98. 12. 30- '99. 1. 2  

   스며들기                                   

  쉼 없이 서쪽으로만 달려가는 해님을 따라 열 시간 가까이 장엄한 중국과 인도 대륙의 하늘을 서쪽으로 날아 인도 뭄바이 사하르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해님을 뒤따라온 덕분인지 한국 시간으로는 밤 10시겠지만 인도시간으로는 오후 6시가 조금 못되는 시간으로 날이 밝았다.

  아 … ,  인도로구나 !                                                                                        
  거슬리지는 않지만 알 수 없는 이상한 향기가 우리를 감싸주었다.                               

  공항에서의 인도 사람들은 검은 얼굴에 인상이 날카롭고 약간 덜 친절한 것 같아 별로 호감이 가지 않았으나, 까다롭게 굴지는 않았다. 입국 이민국을 통과하여 곧바로 공항 내의 택시안내 카운터에 요금을 지급하고 가는 프리베이트 택시를 타고 인도의 문으로 향해 불가사의한 나라 인도로 스며들었다.
  위는 노란색이고 아래는 검정색인 공항택시는 중고차였지만 운전사의 운전 솜씨는 캡이다. 택시는 안이 낡고 좁아서 아빠는 한쪽 유리가 떨어져 나가고 없는 문 위로 팔꿈치를 기대었는데 옷에 시커먼 검은 기름이 묻어 났다.   30도 정도로 오르내리는 인도의 겨울이지만 우리에겐 한여름 기온이라서 서울서부터 입고 온 겨울 옷 속에서는 더위가 무럭무럭 피어나고 있다.

  택시는 교통체증으로 제대로 가지를 못했으나, 천천히 인도의 풍물을 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시내에 들어가기 전, 변두리 거리의 건물들과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낡고 허름하다는 느낌이고, 길에는 맨발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연말연시라서 그런지 축제기분으로 여러 색깔의 꽃과 풍선 등을 들고 들뜬 기분으로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모습들이다. 먼지와 배기 가스가 자욱한 길에서 차가 막히기도 하고 멈춘 차에 다가와 손을 내미는 아이들과 어른들도 있다.  
  어두워져서야 시내로 들어와 여왕의 목걸이라고 하는 마린드라이브 해변가를 따라 쭈욱 뻗은 도로를 시원스럽게 달려나갔다. 이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해변가로 난 길을 따라 어슬렁거리고 있고 고층건물들의 불빛과 네온사인 등이 휘황하게 불빛을 내뿜고 있다.  인도 반도 서해안 한가운데에서 약간 북쪽에 위치한 뭄바이는 인도에서 가장 현대적인 인상을 주는 도시라 한다. 인도를 대표하는 대부분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뭄바이는 인도 경제를 지탱하는 거대도시인데, 그것은 이 도시가 늘 외국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전을 해 왔기 때문이다.

  인도의 문 부근

  드디어 인도의 문 부근에 도착했다.                                                                    
  여기는 호텔들이 많고 각국 배낭 족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도 이 곳으로 온 것이다. 적당한 숙소를 구하기 위해 큰길과 골목길을 이리 저리 헤집고 다녔는데 쓰레기가 아무 데고 널브러져 있는 길가 구석에 담요를 머리서부터 말아 덮고 자는 사람, 우리몸집보다 더 큰 개들, 멧돼지 같이 생긴 더러운 돼지, 앉아서 두 팔로 밀며 가는 사람, 이상한 모양으로 말라 비틀어진 불구의 손을 우리 앞에 척 내밀며 구걸하는 때가 꼬질 꼬질한 아이, 헝클어진 머리카락과 새까만 얼굴에 불량스럽게 생긴 사람들이 명함 같은 것을 건네주며 자기네 호텔을 소개하면서 한동안 따라다니기도 했다. 말하자면 뭄바이의 뒷골목이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사람들 모습이 대부분 검기 때문에 마치 지옥 동네라도 오지 않았나 착각할 정도다.   
  이런 풍경들은 몇 년 전 내(진아) 꿈속에 보였던 장면들이지만, 집에 도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정말 새삼스러웠다.  
  한 골목을 지날 때는 어두운 골목에서 네발로 엉금엉금 걸어 다니는 아이 하나가 툭 튀어 나왔는데 처음에는 개 인줄 알았다. 놀라서 자세히 보니 사람인 거다.  약간 큰길에는 가게들과 보도를 따라 수레 등에 민예품 또는 기념물 등을 널어놓고 팔고 있다. 상인들이 자기네 물건을 사라고 부르기도 했다. 귀찮게 잡아 끌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우리는 짐 때문에 다니기가 거북했는데, 짊어진 배낭이 물건 사려는 사람들과 진열된 상품에 마구 부딪치기도 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빠와 우리는 몇 곳을 돌다가 하얀 색 건물에 마당과 현관엔 부드럽고 은은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리젠트라는 호텔이 마음에 들어 이곳에 묵기로 했다.  이 호텔은 아주 크지는 않지만 고즈넉하고 품격이 있어 보인다.  층마다 붉은 색 카펫이 깔려 있었고 영화「울프」에서 나오는 것 같은, 문이 자바라 식으로 되어 안과 밖이 내다보이는 엘리베이터가 문지기 아저씨와 함께 오르내리고 있었다.

  가장 궁금하던 화장실은 양변기의 수세식이었는데 금속의 코브라 줄로 길게 연결되어 손으로 조그만 스위치를 누르면 세찬 물이 뿜어져 나오는 귀여울 정도로 작은 세척기가 따로 장착되어있고, 뒷 물질하는 조그만 물통과 물을 쉽게 받게 하기 위해 낮은 곳에 수도가 설치되어있다. 또한 외국인들을 위해 화장지도 마련되어 있었다. 아마 취향대로 사용하시라는 뜻인 것 같다.     
  샤워를 마치고 배낭을 풀어 정리를 하는데 그야말로 푸짐하다. 조그만 우리의 배낭이지만 저걸 한 달 이상 매고 다녀야 하다니 … .  아빠는 원래 간단히 짐을 챙겨 가볍게 훌훌 다니려 했을 터인데 우리들 옷가지에서부터 일기장과 필기구, 비상 약, 한국토종 간식거리등 잡다한 것들이 다수 참여하게 된 것이다.    

  T.V 채널은 CNN에서부터 춤과 노래만 나오는 것, 드라마와 만화영화까지 아주 다양했고, 주로 춤과 음악 나오는 프로가 많다. 우리는 리모컨을 서로 뺏어가며 이것저것 보다가 잠이 들었다. 한밤중에는 추워서 몸을 옆으로 오그리고 잤으나 아빠가 침낭을 덮어주어 새벽까지 포근히 잘 수가 있었다. 여기는 기온 차가 매우 심하다. 들리는 얘기로는, 뭄바이 거지들은 겨울엔 추위에 죽는 일도 종종 있다 한다. 겨울이라도 낮에는 따뜻하니 별 문제가 없다가 밤에 온도가 내려가다 보니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다음날 아침 인도의 문으로 산보를 나갔다. 숙소에서 인도 문으로 가는 길과 바닷가의 산책로는 가끔 담요를 몸 전체에 둘러쓰고서 잠자고 있는 사람들과 나뭇가지에는 떼거리로 모여 우렁차게 큰소리로 깍깍대는 까마귀 떼들이 이리저리 푸드득 거리고 있고, 어슬렁거리는 여러 마리의 돼지들과 개들이 보인다. 개들은 몇 마리씩 몰려다니며 우리 옆을 지나가기도 해서 처음엔 약간 두려운 생각이 들어 몸을 사리고 아빠 쪽으로 꼭 붙었는데 우리를 보고 짖지도 쳐다보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는 듯 제 갈 길만 몰려갔다.   

  아침해는 따스한 햇살을 뿜으며 솟아오르는 중이다. 아라비아해 뭄바이 만의 수 없는 잔물결 위에는 황색의 아침 햇살이 너울거리며 빛나고, 시원한 바람이 마치 해님의 나즈막한 숨결처럼 금빛 물결 위를 거쳐 우리에게 다가왔다. 인도 문이 바다를 향해 버티고 있는 광장엔 어제 저녁과는 달리 한두 사람만 있을 뿐 한적했다.    
 

   뭄바이 역사는 1534년 포르투갈 인이 상륙하면서 시작되었다. 수심이 낮고 무서운 병균들이 들끓는 개펄 위에 일곱 개의 섬으로 이루어 졌던 뭄바이는 포르투갈의 공주가 영국 왕 찰스 2세와 결혼할 때 지참금 명목으로 영국에 넘겨졌고 영국인들에 의해 개펄이 메워지고 적극적으로 도시가 가꾸어져 오늘 날 인도의 최고의 상업 중심지가 되었다.

  뭄바이는 그들을 보호해주는 여신「뭄바 아이(어머니 뭄바)」의 이름에서 따온 것인데 나중에 이 지역의 술탄(이슬람 왕)이 포루투갈에 양도한 후 포르트갈 사람들이「봄 바하」라는 좋은 항구의 뜻으로 잘못 불려진 이후 봄베이라고 오늘날까지 이 도시의 이름으로 불리어져 오다가 1996년 최근에 「뭄바이」로 다시 이름이 바뀌게 된다.      　　

  인도의 문       
  영국식민지 대표적 상징인 인도 문은 포트지구의 남쪽에 있는 뭄바이 만을 마주하며 서있는 거대한 문으로 1911-24년에  건축되었다. 凸자 모양의 중앙은 큰 아치 문과 양 옆에 작은 아치 문으로 이루어지고 옥상모퉁이에는 네 개의 망루가 있는 건축물이다.

   이 문을 건축한 본래의 목적은 우선 조지 5세가 황태자 시절의 인도 방문을 영원히 기념하는 것과, 영국 본토에서 오는 중요한 사람들의 인도 방문 환영식장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인도가 배를 통하여 유럽과 연결되었던 때, 부두에 위치한 이 문은 당시에는 그야말로 인도에로의 관문이었다 한다. 벽과 문 위 돌로 만들어진 섬세한 창문들의 무늬가 아름다운 인도의 문은 쓰라린 과거를 말없이 간직한 채 아라비아해 뭄바이 만을 바라보며 역사적 유물로서 묵묵히 서 있다.
 

   시바지 상
  인도의 문 광장 정원에는 시바지 상이 세워져 있다. 17세기 푸나 근처 서고츠 산맥 안에 살고 있던 용감 무쌍하고 호전적인 마라타 부족은 외세에 대항해서 민족주의적인 저항을 계속해 독립을 유지해내어 오늘날에 있어서도 마라타의 영웅들은 인도 힌두인들의 자부심의 근원이 되고 있다.

  이 부족의 뛰어난 영웅적 지도자가 바로 이 시바지인데, 무굴 제국의 세력이 절정에 이르렀을 때 시바지는 이에 대항하여 힌두 왕국을 수립하였고 이슬람교도의 멍에로부터 그의 조국과 종교를 해방시키려는 고귀한 이념에 그의 생에를 걸었다. 그의 업적은 강력한 세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마라타 국을  수립한 데 있으며 그의 국민들도 그를 위대한 국가 건설자와 영웅으로, 또 애국자로 추종하게 되었다.  짙은 청 녹색의 이 기마 상은 어느 침략자라도 두 번 다시 이 나라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말 위에서 창을 거머쥐고 인도의 문 쪽을 향해 쏘아보고 있다.

  산악지대를 근거로 노략질과 약탈을 본업으로 하던 마라타 족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과 시바지의 행동에도 문제점이 엿보이지만 영국 식민지 시절 외세에 대한 반감으로 강력한 영웅 상의 염원과, 인도인의 역동성을 고무시키기 위한 방편으로써 시바지가 힌두의 진정한 국민적 영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무슬림은 죽어 화장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힌두는 죽어 땅에 묻히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러한 연유로 이 둘은 서로 증오하며 산다」

   이런 말이 있듯이, 8세기부터 시작된 무슬림의 인도 침투는 현저한 변화를 가져올 만한 것은 아니었으나 11세기 이후 북 인도에 침입한 이슬람교도는 약탈과 방화, 파괴를 자행하였다. 철저한 무슬림(이슬람교도)이었던 무굴 제국의 아우랑제브는 통치기간의 후반을 데칸고원의 힌두 세력인 마라타 족과의 소득 없는 싸움으로 헛되이 보냈다. 그의 숙원은 마라타 족을 소탕하는 일이었으며 이를 위해 사실상 수도를 데칸으로 옮겨놓고 50만 대군으로 총력을 기울였다.

   마라타족의 근거지는 봄베이 동쪽의 산악지대로 그들의 체격은 왜소하나 성격은 매우 끈질기고 거친 종족이었다. 마라타족은 아우랑제브가 표현한 바와 같이「데칸고원의 산 쥐」로서 주변의 종족들로부터는 약탈자와 산적으로 비난 받아왔다. 군대는 영토확장을 위해 존재했다기보다는 주로 약탈을 위해 조직되었다. 전투와 무질서 속에서 성장하여 어떤 체계적인 정치조직도 갖추고 있지 못하였던 마라타족이 한 민족국가로 조직된 것은 17세기였으며 지도자로  활약했던 인물은 바로 시바지(1627-80)였다.
  150Cm의 단신인 시바지는 무슬림 통치에 대한 증오를 키우면서 이방인의 종교로부터 독립을 꿈꾼 젊은이였다. 그는 큰 뜻을 품고 신출귀몰하게 데칸 지역의 거친 산악지대를 오르내리며 무슬림의 요새를 하나씩 공략하였다. 전설에 따르면 그는 거대한 도마뱀의 도움을 받아서 가볍게 가파른 산악과 요새를 넘나들었고 승리를 자기편으로 이끌었다 한다.

  시바지를 응징하기 위해 파견된 유능한 장군 아프잘 칸이 성을 포위하고 압박을 가하자 식량과 식수의 부족으로 오래 지탱할 수 없게 된 시바지는 항복을 통보하면서 아프잘 칸과 대좌하여 최종적인 조건을 논의하자고 제의하였다. 시바지는 손을 가릴 수 있는 헐렁한 소매의 옷을 입고서 한 손에는 전갈꼬리의 단도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면도날 같은 쇠로 만든 가공할 호랑이 발톱을 숨기고 아프잘 칸을 찾아갔다. 의례적인 포옹의 자세를 취하는 순간 시바지는 일격을 가하여 아프잘 칸을 현장에서 즉사케 했다.
  무적의 아프잘 칸이 사망하자 그의 병사들은 흩어졌으며, 이 사건은 마라타 세력의 진정한 득세를 의미하였다. 아프잘 칸의 제거는 영웅적 전설이 되어 데칸 지역의 집집마다 골짜기마다 그의 술수와 용감성이  화제가 되었다. 그 이후로 주변의 어느 군소 세력도 겁 없는 마라타 지도자에게 감히 도전하지 못하였다.

  아우랑제브는 야심적인 팽창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시바지의 기세를 꺾기 위해 가장 유능한 부하 장군인 자이 싱을 데칸에 파견한다.  자이 싱은 비자푸르 및 주변의 몇몇 국가들과 동맹하여 압박을 가했으므로 월등한 군사력에 직면한 시바지는 협상에 응할 수밖에 없었고, 대부분의 성을 넘겨주고 무굴 제국의 종주권을 받아들였다.  자이 싱이 이어 비자푸르를 공격했을 때 시바지는 원군을 보내 무굴 제국을 도와주게 된다.
 

   아우랑제브는 시바지가 보여준 공로의 대가로 상을 내리고 아그라의 무굴 궁전으로 초대하였다. 시바지가 이에 응한 의도는 아우랑제브와 그의 궁전 및 군사력을 직접보고 후일의 결전에 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무튼 그는 황제로부터 냉대를 받았으며 자신이 잡힌 몸이 되고 만 것을 알았다.  
  감시가 해이한 틈을 타서 빨래바구니에 숨기도, 하인으로 위장하기도하면서 탈출하는 데 성공한 그는 아그라를 빠져 나온 후 걸인으로 변장하고 바라나시, 가야, 텔링가나를 거쳐 우회한 후 9개월만에 데간의 근거지에 도착하였다. 이후 3년 동안은 무굴 제국과 화평을 유지했으며 아우랑제브는 시바지에게 토후의 지위를 내렸다. 그러나 시바지는 1674년 대관식을 갖고 스스로 「왕 중의 왕」이라고 선포한다. 　

  시바지는 군사적 모험을 천성적으로 즐겼으며 게릴라 전법과 경 기병대의 기습공격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시바지의 병력은 기병을 주축으로 약 4만 기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또 1만 보병과 약간의 해군력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3천 마리 낙타와 천이백의 코끼리 부대가 가세한다. 포병은 수라트의 프랑스 상관(商館)으로부터 구입한 화승총과 대포를 갖추고 있었다.
  아우랑제브와 맞서고 있을 때도 힘이 넘친 마라타족은 나르마다 강을 건너 말와에 진출했으며 칸데시와 베라르를 제압하고 구자라트로 침투하여 제국의 영내룰 약탈하기도 했다.  아우랑제브는 무굴 제국의 엄청난 군사력과 자원에도 불구하고 결국 마라타족을 굴복시키지 못한다. 그것은 험준한 자연 조건과 끈질긴 마라타족의 성격 때문이었다.

  아우랑제브가 제위 후반에 총력을 기울였던 데칸에 대한 정복전쟁은 여러 면에서 엄청난 희생을 치른 전쟁이었다.  마라타 성은 한 주일은 빼앗겼다가 되찾고 또 한 달 동안은 수복했다가 다시 빼앗기는 등의 일이 수없이 반복되고 아무 소득 없는 전쟁에서 해마다 수십 만 명이 희생되었다. 무굴제국의 재정은 고갈되고, 기근과 역병은 무수한 인명을 빼앗아 갔다.  50만 대군과 5만 마리의 낙타, 3만 마리의 코끼리 부대 등 움직이는 도시를 이끌고 친히 마라타 정벌을 계속한 나이든 황제는 마침내 마라타 정복을 포기하고 수도 델리로 귀환하는 길에 8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마라타를 상대로 보낸 30년의 허망한 세월을 탄식하듯 그는 쓸쓸한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나는 혼자 왔다가 이방인이 되어 혼자 떠난다. 나는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했는지 알지 못한다」

  19세기 초반까지 중부지방에 큰 세력을 떨쳤던 마라타인의 용맹성은 영국 통치시절에도 여실히 드러나, 가장 치열하게 맞붙고 가장 끝까지 버티면서 영국의 자존심에 깊은 흠집을 내준다.「간디」 암살에 있어 세 번의 실패와 네 번째 암살 성공의 범인도 마라타 족의 후예이다. 영국과 죽기 살기로 한판 붙고 싶은데 간디가 계속 비폭력을 외쳐대어 짜증나게 했던 것이다. 　

   타지마할 호텔
  1903년 인도의 문 앞에 인도사라센 양식과 고딕 양식이 혼합되어 세워진  이 화려한 타지마할 호텔은 금세기 최대의 부호인 잠무세트지 타타의 꿈이며 인도 민족주의 상징이다.
  19세기말 뭄바이의 한 자본가였던 타타는 외국인 친구와 함께 필케즈 아폴로 호텔로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그러나 호텔직원은「당신의 친구는 문제가 없으나 당신은 입장할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타타의 출입을 막았다. 이일을 계기로 타타는 호텔을 세우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그는 유럽으로 수없이 발길을 옮겨 발전기와 엘리베이터 등 당시로서는 최신기계를 구입하고, 파리 박람회에서는 에펠탑에 매료되어 그 탑을 지탱해주는 거대한 철골을 10개씩이나 주문해 호텔의 무용 홀 천장을 받쳐주는데 사용했다.

  우리는 인도에 온 기념으로 아라비아 해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머물지 못한 것이 약간 아쉬웠다. 엊저녁 택시에서 내릴 때 타지마할 호텔 뒤편에서 내렸기 때문에 미쳐 생각을 못했고 지금 묵고 있는 곳과는 요금이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빠는 계속 비용이 많이 드는 고급숙소에 머물 분이 아니고 우리 또한 아빠를 졸라댈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보는 것만으로 만족했다.

   빅토리아 터미널스 가는 길

　 엘로라·아잔타로 가기 위해 아우랑바가드 행 열차를 예매하러 여름옷으로 갈아입고 3Km 정도의 거리를 시내 구경 삼아 걸어갔다.  뭄바이의 거리는 대체로 깨끗했고 아침에 청소하는 아줌마들이 부지런히 비질을 하고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그리고 상점 주인들도 자기 가게 앞을 깨끗이 쓸고 있다. 지저분하다고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이 정도면 괜찮다 싶다.
  큰길에는 출근하는 사람들로 매우 붐볐고 차들도 마구 달렸기 때문에 우리도 다른 인도인들과 함께 건너가려고 신호등을 무시하고 보조를 맞춰 따라 건너가기도 했다. 역으로 가는 길에는 프린스 오브 웨일즈 박물관과 조폐국, 중앙우체국 등 건물들이 보였는데 대체로 중세 유럽 풍의 중후한 건물들이었다.
 

  중세 풍의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빅토리아 터미너스 역은 포트 지구 북쪽에 있는데 안을 들어가니 많은 사람들이,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가족들도 담요를 둘러쓰고 자고 있고 또는 일어나 잠자리를 개고 있기도 했다. 아마 역 대합실을 숙소로 사용하는 것 같다.  
   차표를 예매하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갔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좌 우측 벽을 따라 나 있는 예매창구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외국인을 위해 만들어진 다른 창구에 가서 아우랑바가드 행 열차 표를 신청했는데 뭄바이에서 캘커다 까지 가는 즉, 서쪽 끝에서 동쪽 끝까지 가는 기나 긴 노선 이어서인지 좌석이 거의 없고 있어도 몇 칸 걸러 따로따로 타고 가야 되는 거였다. 3. 4일 후 표는 가능하지만 뭄바이에서 그 정도 오래 있을 계획이 아니어서 예매를 포기하고 버스로 갈려고 우선 역을 나왔다.
 

   찜통같이 더운 뭄바이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기 때문에 버스로 가기로 하고 역에서 얼마 멀지 않은 클로포드 마켓 옆의 장거리 버스정거장으로 향했다.  역 앞에서 길을 건너 삼거리 있는 곳에 맥도널드 가게가 있었다. 이 맥도널드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인도에서 단 한군데밖에 없는 유일한 곳이었는데 델리와 고안가 어딘가에 각각 하나씩 생겨 그 독자성을 잃은 곳이다. 그러나 그런 건 문제될 것 없고 우리는 제복을 입은 도어맨이 문을 열어주는 곳으로 빨려 들어가 입에 맞는 햄버거와 주스를 맛있게 먹었다.
  여기 지배인인 듯한 키가 크고 상당한 미인인 젊은 아주머니에게 장거리버스 정거장이 어디냐고 물었는데 약도를 그려주며 문 밖을 나와 길까지 이리 저리로 가르쳐 주었다.  그 약도를 바탕으로 정거장을 찾아갔으나 도저히 정거장이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확실하게 가르쳐 주는데도 가보면 전혀 엉뚱한 곳이다.  같은 장소에서 거의 한시간 반정도 헤매었는데 마치 무엇에 홀린 듯 눈에 뜨이질 않는 거였다.

  이런 일은 매우 의아한 일이다.  
  아빠는 여행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본능적인 떠돌이 감각이 있다고 믿고 있는데다가, 지금은 마음속의 안테나가 아주 부드럽게 작동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상당히 이상하다 싶은 거였다.  마치 고양이가 옆에 놓아둔 생선을 찾지 못해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아빠는 일이 이쯤 되고 보면 대체로 「어떤 계시」가 있는 것이라고 믿고 간단히 포기해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엘로라·아잔타로 가는 것은 아쉽지만 먼 훗날로 미루고 엘레판타 섬에 갔다가, 내일 바로 아메다바드로 떠나기로 일정을 변경했다.  

  길가에서 살고 있는 여러 가족들이 모여 식사들을 하고 있다. 마치 소꼽 놀이하듯 옹기종기 모여 나뭇잎 그릇에 음식과 수프를 떠 담아 먹는다. 어린 아기들은 허름하고 작은 담요에 말려서 식구들이 둘러앉은 길바닥 한옆에 마치 쓰레기뭉치처럼 놓여있다.  
  일찍 밥을 먹은 아이들은 까만 얼굴에 뿌연 먼지 분을 바르고 다른 집 아이들과 함께 공 놀이를 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키우는 개들도 공을 따라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며 같이 놀고 있다. 우리는 공에 맞을까봐 몸을 사렸는데 그 애들도 우리를 보고 조심하듯 다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주곤 한다. 보도 블록이 집터가 되고 놀이터가 되는 셈이다.  열 한시가 가까워 오자 날씨가 너무 더웠다. 그리고 호텔에서 역까지 걸어오고 또 버스정거장을 찾느라고 헤매어서 몸이 나른했기 때문에 일단 숙소로 가기로 했다.  

  인도인들은 그렇다, 또는 좋다는 뜻으로 우리처럼 머리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가로젓는데 이건 우리한테는 항상 헷갈리는 몸짓이다.  우리가 탄 택시기사도 인도의문을 가려는데 아느냐고 했을 때 고개를 가로 저었고, 얼마에 가자고 할 때도 옆으로 고개를 옆으로 가로 저었다. 익숙치 안아서 확인해 보기도 했다.  이 몸짓에 우리는 아직 얼떨떨하지만 그 사람들은 당연히 O.K하는 뜻이 되는 것이다.  

  엘레판타 섬　

  호텔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침대에 드러누워 T.V 만화영화를 보면서 한참을 쉬었다. 시원하고 편안했으나 곧 프런트에 짐을 맞기고 간단한 배낭하나만 달랑 맨 채 다시 인도의 문으로 나왔다. 여기에 섬으로 가는 선착장이 있기 때문이다.  오전과는 달리 관광객들과 장사꾼들로 매우 붐볐다.  관광객을 계속 싣고 떠나기도 하고 갔다 오는 배들도 쉼 없이 들어오는데. 대부분 인도 사람들이고 간혹 외국인 여행자들도 끼여 있다.

  이 섬은 원래 가라뿌리로 불리었던 곳인데 오늘날처럼 코끼리 섬으로 불리게 된 것은 1534년 이곳을 장악한 포르투갈 병사들 때문이라 한다.  동굴사원 앞에는 실물크기의 코끼리 상이 있었다는데, 이들 병사들이 까다로운 인도식 발음보다 이 코끼리를 섬의 이름으로 삼아 지칭한 것이다. 이 코끼리는 우리가 보지는 못했지만, 현재 빅토리아 공원의 박물관 앞에 옮겨져 있다 하고, 이제는 이름만 남아 「뭄바이 최고의 관광지·환상의 엘레판타 섬」등으로 불리고 있다.  

  관광 선은 한시간 가까이 물결을 헤치며 달렸고 앞뒤로 매달은 스피커가 찢어질 듯이 음악소리를 내질렀다. 
  우리 옆에 한 젊은 아저씨는 음악소리에 장단을 맞추고 있었는데 새카만 그 표정이 너무 재미있다. 반질반질한 눈은 망연히 먼 바다를 바라보면서 빈 패트 물병으로는 허벅지를 두드리고 오른쪽 뒷금치를 들어 좌우로 왔다갔다 하면서 박자를 맞추며 즐기고 있었는데 너덜너덜한 그 아저씨의 슬리퍼가 갈피를 못 잡고 애처럽게 마구 흔들렸다.  우리는 한참 허리를 쥐고 깔깔거리다가 아빠에게도 손짓을 해서 알려주었더니 그 모습을 본 아빠도 몸을 반대편으로 틀어 숙이며 입을 막고 쿨쿨쿨 웃는 거였다.

  우리 뒤편엔 검은 수염이 무성하고 건장한 체격의 시크교도(힌두교의 개혁종교)인 사람이 가족들과 함께 있었는데 막내딸인 우리또래의 여자아이가 매우 예쁘게 생겼다. 아빠는 이 여자아이가 귀여웠고, 우리에게 친구라도 만들어 주고 싶어서 사진도 찍고 과자도 건네주곤 했는데 그 애가 수줍어서 받지 안으려고 하자 부모들이 웃으면서 받도록 권해주기도 했다.  

  긴 방파제를 지나 섬에 오르는 계단까지 뜨거운 태양 빛을 받으며 오니까 양쪽으로 무성한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그리고 석굴까지 오르는 계단 양쪽은 관광기념품을 파는 장사꾼들과 노점들이 즐비하다.  그리고 한가지 유의할 것은 이 섬의 원숭이들이 매우 거칠고 사람들에게 마구 달려들어 바위에 편히 앉아 간식도 먹지 못할 정도라는 것이다.
 

  섬 정상부근의 힌두교 석굴사원들은 450년-750년 사이에 걸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남, 북인도의드라비다 양식에 영향을 받은, 석굴 사원의 성숙기가 절정에 이른 때의 작품이다. 대부분 많이 헐고 파손이 되어있지만 그래도 생동감이 있고 우아한 분위기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동굴 조각들의 파손이 많은 것은 옛 포르투갈 병사들이 사격연습의 대상으로 마구 총질을 해대었기 때문이라 한다. 귀하고 아름다운 문화재를 대상으로 사격연습을 하다니 정말 못되고 무식한 사람들이라는 생각과 함께 참 아깝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바 신전 안의 조각은 무엇보다 세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신상이 돋보였다.  중앙에 명상에 잠겨있는 창조의 신 브라흐마, 오른쪽에 미소를 짓고 있는 평화 유지의 신 비슈누, 왼쪽에 찡그리고 있는 파괴와 재생의 신 시바가 각각 묘사되어있는 3면 얼굴을 가진 「트리므르티 상」이 동굴사원내의 조각들 중 가장 볼만한 것인데, 장엄하고 엄숙, 그리고 아주 근사해 보인다. 이 신상은 파괴되지 않은 온전한 채로 남아 있다. 아마 병사들이 그나마 기본적인 양심은 있어서 가장 그럴 듯한 드리므르티 상은 손대지 않은 것 같다.   
  트리므르티가 뜻하는 것은, 사람이란 외적 존재만도 아니고 내적 존재만도 아닌 둘 다이며, 그리고 이 둘을 초월한다. 이리하여 사람은 3차원 존재로서,  이 차원들은 힌두교에서는 신의 세 얼굴로 표현되고, 기독교에서 성부·성자·성신의 삼위일체로 표현되는 것과 같은 것이라 한다.  하나의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삶, 완전한 아름다움, 지극한 기쁨을 깨닫는 것을 뜻하며, 전체적인 사람은 현실적이고, 꿈꾸는 동시에 신비주의자가 될 것이고, 초월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트리므르티 왼편에 있는 특이한 모습으로, 왼손에 거울을 들고 황소 등에 기대고 있는, 오른 쪽은 남성 왼쪽은 여성인 양성의 시바신의 모습이 있다. 힌두교 최고의 신이며 파괴와 생성의 신으로 알려진 시바신의 모습은  남녀 모습이 하나의 몸으로 나타나 최상의 깨달음을 이룬 신으로 상징되어 있고 파괴는 물론 생성과 창조 활동을 통해서 다양한 현상세계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양쪽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작은 신전이 있으면서 그 사이 공간으로 빛이 들어오긴 했지만 검은 돌로 이루어진 동굴인데다 어두 침침해서 더욱 상세히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아마 차분히 가라앉은 마음으로, 경외의 어두운 베일을 쓰고 참배하라는 뜻으로 깊고 어둡게 분위기를 조성한 것인지,  사진기의 불빛에 의지해서 보려니 여간 답답한 게 아니다. 손전등이라도 갖고 왔더라면 좋았을 것을.  

  신전 왼편으로는 넓은 마당이 있었는데 여기서 색깔 고운 사리(인도의 전통 여성복)를 입은 언니들이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쉬고 있었다. 아빠는 이 모습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으려고 우리보고 가까이 와서 서라고 하며 사리 입은 모습이 너무 예쁘다고 말했는데,「사리」라는 말을 들은 언니들이 자신들이 있어서 사진 찍는 것이 방해가 되는 것인 줄 알고 얼른 비켜주었다. 그러나 아빠는 그게 아니라 같이 찍게 되는 것이 좋아서 그러는 것이라고 하자 밝게 웃으며 우리들과 함께 아빠의 모델이 되어주었다.  

  밖을 나와 왼쪽으로 여러 개의 석굴들이 있다. 어느 한편의 석굴로 돌아가니 아까 관광 선에서 본 예쁜 소녀가 가족들과 함께 가고 있는데 그 애 부모들도 우리를 발견하고 반가워하며 기념 사진 찍기를 원해, 서로 함께 번갈아 가며 석굴 사원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했다.

  맨 마지막 조그만 두 개의 석굴이 있는 곳엔 고약한 냄새들이 풍겨 나왔다. 아마 한적한 곳이기 때문에 눈치껏 화장실대용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진경이는 코를 쥐어 잡고 다녔고 우리는 곧 돌아 나왔다. 되돌아가는 길에  사리를 입고, 놋쇠 물동이를 머리에 인 여자 네 명이 우리를 붙잡고 사진을 찍자고 한다.  
  느낌이 좀 이상했지만 아빠는 기념이 되겠다며 촬영을 했는데 곧, 모델이 되어주었으니 돈을 1딸라 씩 달라고 한다. 아빠는 무슨 소리냐는 표정으로  5루피 씩을 주겠다고 했다. 마침 20루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이것도 자기네들 사업이니까 10루피씩 달라고 하자 아빠는 싱글 웃으며 돈이 없다고 했다. 이즈음 사람들이 마구 몰려와 우리를 삥 둘러싸고 구경을 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우리의 배낭을 가리키면서 거기 돈이 있지 않느냐고 하며 여자들도 장난 삼아 웃어가며 떼를 쓰려고 한다.   
  여기는 물통만 있고 그 이상은 안되니 이 것만 가지라고 했다. 주위에 구경꾼들이 모여들고 아빠는 더 줄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받으려면 받고 말려면 관두라는 식으로 말하며 구경꾼들을 밀치고 가려고 하는데 저쪽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있는 것을 본 경찰 두 명이 막대기를 들고 오는 것이다.  

  이 모습을 본 여자들은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기 시작했다. 아빠가 돈을 나눠 가지라고 쥐어주자 얼른 받아 자리를 빠져나갔고 아빠는 경찰들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고 손을 들어 보였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런 일들이 있어야 이야기 거리도 되고 여행재미가 있는 거라고 했다.

  신전과 신전 사이 길에 느티나무처럼 생긴 망고나무 고목 몇 그루가 있다. 나무 그늘 의자에는 동네사람들처럼 보이는 아줌마 아저씨들이 관광을 마치고 쉬고 있었는데 커다란 원숭이 한 마리가 한 아주머니의 핸드백을 갖고 나무위로 도망을 갔다.  
사람들이 황당해서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데 나뭇가지에 걸터앉은 원숭이는 백을 열어 소지품들을 하나하나 내던지더니 자기가 원하는 물건이 없었는지 사납게 이를 갈며 핸드백을 물어뜯었다. 아저씨들은 막대기며 돌멩이들을 집어 던졌고, 우리 심정도 원숭이가 돌에라도 맞고 가방을 떨어뜨렸으면 싶었으나 옆으로 슬금슬금 비켜가며 갈기갈기 찢어 발기는데 사람들은 기도 안 찬다는 표정들이었다.
  참 사납고 괘씸한 야생원숭이들이다. 우리는 동굴이 있는 산에서는 원숭이들 때문에 음료 외엔 간식도 제대로 못 먹은 것 같다. 한 마리를 때려주면 억세고 사나운 원숭이들이 떼거리로 손톱과 이빨을 들어내며 달겨들 것 같아서다.

  이 섬의 석굴들을 둘러본 후 엘로라나 아잔타 석굴은 얼마나 더 근사할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아빠는 우리에게 의견을 물어 본 후 석굴사원은 이 정도로 만족하고 엘로라 · 아잔타 방문은 아쉽지만, 다시 한번 생략하자고 했다.  육지의 광범위한 지층으로써 이곳 석굴과 연결되어있어 어쩌면 서로 내면으로 통하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 사실 아빠에게 있어서는 엘로라 가는 길에 있는 타울라 타바드 성채에 들르려는 계획도 지우는 셈이다.

  와겔라 코뮤니티센타 부근　

  와겔라 코뮤니티센타 지역은 여행자들, 특히 배낭여행자들을 위한 편리한 시설이 다 갖추어져 있는 곳이다. 공중전화박스 같은 곳에서 장거리전화를 할 수 있는 I.S.D나 S.T.D등이 있고 여러 종류의 상점과 기념품 파는 곳, 저렴한 숙소와 식당들이 다양하게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근검 절약하는 배낭여행자의 근성으로 돌아가 요금이 어제 묶은 호텔보다  네 배나 저렴한 곳으로 숙소를 옮겼다. 그러나 엄마의 신신 당부가 있었기 때문에 너무 험하지 않은, 그래도 수준 있는 깨끗한 곳을 택해서 옮겨갔다.  이곳에서 처음 인도의 전통음식인「타리」를 먹었는데, 쌀밥과 밀가루 떡인 차파티 그리고 스프와 야채 등이 큰 쟁반에 담겨 있다.
  음식이 나왔을 땐 약간 막연했다. 어떻게 먹어야 하나, 인도사람들처럼 정말 맨손으로 먹나하는 생각들이 일순간 스쳐갔다.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뒤편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서양인에게 정말 맨손으로 먹는 거냐고 물었다. 서양인들은 자기네 들도 처음 우리와 같은 경험을 느꼈었는지 친절하게 차파티를 뜯는 모습과 오므려 스프를 찍어 먹는 모습, 손가락으로 밥을 모아 다진 후 입에 넣는 모습 등을 재현해주고 맛있게 먹어보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이면서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격려해준다.  곧 맨손으로 시작하려고 할 때 식탁 구석에 포크와 수저 통이 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우리는 포크와 수저를 꺼내 우리식대로 편리하게 식사를 했다.

  쌀밥은 끈기가 없었고 스프는 좀 찝찝한 것 2개와 매운 맛이 나는 것 하나, 요크르트 맛이 나는 것 등이 있다. 우리는 매운 맛 나는 스프만 빼고 골고루 차파티로 찍어 먹고 밥과 야채도 제법 많이 먹었다. 아빠는 몇 숟가락을 들더니 스프를 몽땅 밥에다 붓고 마구 비벼서 쟁반에 있는 다른 음식들과 함께 모두다 들었다.

  식사 도중에 커다란 폭팔 음이 여러 번 들려서 혹시 아래층 주방에서 가스 폭발 난 것이 아닌가 하고 두리번거렸다. 왜냐하면 우리 나라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많이 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곧 서양아저씨들이 오늘이 새해이기 때문에 축제기분으로 폭죽 터트리는 소리니 안심하라고 했다. 잠시동안이지만 먼 이국에 와서 가스 폭팔 사고로 인간 바비큐가 되어 죽으면 왕 재수다 싶은 생각이 드는 거였다.  

  식사를 마치고 밤10시경 서울 집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여러 차례가 되어도 통화가 되지 않아 신정 설을 지내는 외가 댁으로 전화를 하니 거기서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타리 먹은 것도 자랑하고 엘레판타 섬에서 돈 달라고 조르는 물동이인 여자들 이야기도 하니까, 엄마는 깍쟁이 같은 사람들이라고 해주었다. 외가에는 우리만 빼고 외사촌 귀염둥이 재환이와 보현이까지 다 있었다.    

  인도의문으로 산보를 갔다. 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밤바람을 쐬고 있고 여러 가지 색의 풍선과 꽃들을 들고서 뭔가 기분이 상기되어있는 모습들이다. 당연히 좌판을 벌여놓은 상인들도 많았다.  조명을 받은 인도의 문은 마치 바글대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수호신인 것처럼 믿음직스럽고 안정감 있게 버티고 서있다. 그리고 벽에 새겨진 무늬들과 돌로 만들어진 섬세한 창살 등이 새롭고 다정하게 보인다.　

  시바지 상이 있는 방향으로 화장실 가까운 곳에 한 청년이 개를 데리고 장난을 치고 있었다. 개를 발로 차기도 하고 나무토막을 던지기도 하면서, 개는 성질이 날대로 다 나서 거품과 이빨을 허옇게 드러내고 으르릉 거리고 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을 하자 청년은 신이 났는지 더욱 힘을 가해 개를 못살게 군다.  독이 오른 개는 도망가지도 않고 청년한테 엉겨 붙어 같이 싸우려고 하지만 상대가 되지 못한다. 발길질과 주먹으로 마구 패는데 나가떨어진 개는 또 달겨드는 것이다.  저 청년은 왜 새해부터 짐승을 두들겨 패고 못살게 구는 것일까 ?   가엾고 못마땅한 마음으로 옆에서 다른 사람들과 구경을 하다가 위기감이 느껴져서 다른 곳으로 갔다.  열을 받아 눈에서 푸른 불을 번득이는 개가 나중엔 아무한테나 덤벼들 것 같기 때문이다.

  크로포드 마켓과  그 부근　

  어제 찾아 헤매던 장거리 버스 정거장을 다시 찾아갔다. 엘로라·아잔타로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메다바다로 떠나기 위해서다.    
  정말 엘로라·아잔타로 가지 말라는 계시였는지, 오늘은 바로 눈앞에 버스정거장이 나타났다. 약 100m 거리를 두고 운송회사마다 진을 치고 있었는데 이렇게 큰 규모의 정거장이 눈에 뜨이지 않았다는 것이 이상했다.  하기야 몇 달 전 내 꿈에서도 이미 정거장을 찾아 헤매던 것이 보였으니, 내 꿈이 영험하다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다시 아잔타로 갈까 말까 하는 아쉬움과 미련 속에 결국 아메다바드 행 버스 표를 예매했다. 오후 두시 차와 일곱시 차가 있었는데, 일곱시 차로 자면서 가기로 했다.

  뭄바이는 너무 덥기 때문에 빨리 북으로, 시원한 곳으로 가고 싶다. 북으로 가게 되니 솜사탕보다 더 부드럽고 달콤한 여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배낭을 회사 창고에 맡겨놓고 관광을 나갔다. 길들은 이미 익숙해 져있었다.  
  클로포드마켓은 빅토리아터미널스 북쪽으로 약 1Km 지점에, 장거리 버스정거장 바로 곁에 있는 뭄바이 최대의 식료품과 잡화상이다, 새로운 이름으로는 플레이 마켓이라고 한다.     
입구를 들어서니 흰 수염과 흰옷에 하얀 터번을 두른 건장한 할아버지 한 사람이 다가와서 목에 걸고 있던 누런 놋쇠메달을 우리에게 보여주며, 「나는 여기 관리인인데 이 놋쇠 메달이 이렇게 증명을 하고 있다. 그러니 내가 이 시장 안을 안내해 주면 골고루 다양하게 구경을 할 수 있으니까 따라 오라」는 거다. 제의는 고마웠지만 우리는 우리기분대로 자유롭게 다니고 싶었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제의를 사양했다.     
  시장 안으로 화장품·장신구·향료·홍차·과일·과자·주방기구·채소 등 수 만가지 먹을 것과 일용품들이 진열된 점포마다 놀랄 정도로 가득 차있고, 귀찮게 손님들을 부르거나 끌어당기는 일들도 없다. 시장 바깥쪽에는 여러 가지 모양의 토기류 등도 있었다.

  시장을 나와서 가는 길에 다섯 살쯤 되는 아이가 인형처럼 조그만 갓난아이를 안고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아이의 눈길이 어쩌면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묘하고 인상 깊다. 바라보는 눈길은 우리 눈을 통해 뒤통수까지 다다르는 것 같다. 그렇지만 싸늘하거나 차갑지도 않은, 따뜻하고 호기심 같은 것이 어려있고, 그러면서도 근원적인 뭔가가 담긴 눈길이었다.  
  저 아이의 검은 눈동자는 왜 줄 곳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다른 곳에서도 이런 모습은 종종 보아왔는데, 거지처럼 차림은 남루했지만 동냥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고 이곳이 자기네 가족이 머무는 장소라서 부모들은 벌이를 나가고 애들만 남아서 터를 지키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길 건너 북쪽으로도 갔는데 가구점이라든가 덩치 큰 물건들을 주로 파는 곳이다.  한 가구점 앞에는 가로·세로 60Cm, 길이 2m 정도의 낡은 담요로 쌓인 상자가 하나 붙어 있고 거기서 사람이 가족들과 함께 생활을 하고 있다. 우리 나라 같으면 이렇게 근사한 상점 앞에 오두막을 지어놓으면 난리가 날텐데 그냥 놔 두는 것 같다.  아니면 여러 차례 소동이 났지만 워낙에 떼쓰고 진드기 붙는 못 말리는 인종들이라서 가게주인이 두 손들고 「졌다 !」했는지도 모르겠다.

  가구점이나 면직류 시장이 아주 넓게 형성되어 있는 곳에 조그만 힌두 사원이 있었다. 사원입구 길에는 흰옷을 입은 거지 30여명이 동양그릇을 앞에 놓고 질서 정연하게 줄을 맞춰 앉아있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사원에는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향을 피우고 무릎을 꿇고 합장하는 광경이 보여 매우 성시를 이루는 사원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이렇게 질서 있게 오열을 맞춰 앉아 동냥을 하는 거지 떼를 보니, 신기하고 보기가 좋았다. 여기엔 분명히 이빨 쎈 왕초거지가 있을 테고 인내심 있는 현명한 졸병 거지들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사원 왼쪽으로 조금가면 스넥 코너가 있는데 주위분위기와는 안 어울리듯 싶을 정도로 깨끗하고 열려있는 문으로 에어컨 바람이 밖으로 뿜어져 나올 정도로 아주 시원한 가게가 있다. 날씨가 덥고 피로해지려고 하던 차에, 전혀 시장 가운데 있을 것 같지 않은 곳에 오아시스처럼 나타난 가게이다.  무엇을 먹을까 망설이다가 우리 뒤에 대학생 언니들이 먹고 있는 음식이 맛있게 보여 이름도 알 것 없이 그냥 같은 것으로 주문했고 음료로는 망고주스가 있어 한번 먹어보기로 했다.
  망고주스는 오렌지색으로 은은한 향기와 함께 끈적끈적 할 정도로 진했는데 처음 느껴보는 망고 맛은 음 -,  아주 그만 이었다. 우리는 영양가도 많을 것 같아 여러 잔 시켜 먹었다. 망고주스는 뭄바이에서 끝이었다. 애석하게도 북으로 가니 계절이 맞지 않아 없다고 한다.    

  클로포드 마켓 한 블럭 지나, 넓은 삼거리 길이 있는 모서리 지역에 극장이 있다. 이곳에서는「솔져」라고 하는 영화가 상영 중이다.  극장 안은 인테리어가 아주 멋지고 우리 나라 이름 있는 영화관보다 분위기와 시설이 쾌적하고 장식도 훌륭하다. 안내원들은 모두 중년의 아저씨들이고 친절했으나 매우 엄격했다.  영화내용은 솔져라고 해서 처음엔 군인과 전쟁에 관한 것 인줄 알았다. 그런데, 주인공 이름만 솔져이고 연애와 폭력, 춤, 노래, 현대와 과거, 환상까지 마구 뒤섞여서 정신없이 슬프고 눈물겹게 만들고 마음 졸이고, 웃기고 즐겁게 하는, 우리 입맛에 딱 맞는 영화였다.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몰려나갔다. 우리는 시원한 곳에 좀더 앉아 쉬어갈 생각으로 잠시 있었더니 부저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들어오고 아까 옆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이 다시 와서 앉는다. 그러고 보니 좀 전에 상영한 영화의 2부가 시작되는 것이다. 괜히 나갔더라면 억울할 뻔했겠다. 
  여자 주인공은 참 예쁘게 생겼다.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른다. 사리 입은 모습도 고왔고 양장한 모습도 그렇다. 남자 주인공은 디디하게 생겼는데 혼자서 너무 영웅시되고 잘난 척하니까  니끼하기도 했다. 키가 작고 통통하고 못생긴 개그맨 같이 생긴 한 사람은 직업이 경찰에서부터 다섯 종류나 바꿔가며 나오는데 우리를 웃겨 줄려고 애쓰는 것이니까 귀엽게 봐줄 수가 있었다.

  사막의 모래폭풍우는 장관이면서도 사람들이 거대한 모래 속에 조그맣게 파묻혀 들어가는 것을 보니 두려운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영화는 무려 세시간 삼십뿐이나 상영되는 것이고 우리는 그 시간동안 쾌적한 곳에서 무지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다. 또 틈이 나면 영화를 관람해야겠다.

  또다시 어제 들른 맥도날드에 갔다. 지금은 오후이고 주위에 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대부분 대학생 손님들로 가득 붐비고 야외에 설치된 탁자에도 사람들이 꽉 차있다. 우리는 한참을 기다려 겨우 자리를 잡을 수가 있었는데, 작은 배낭을 올려놓은 빈 의자 하나는 곧 다른 곳으로 출장을 가야했다.  여기서는 갖가지 모습의 인도 젊은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대체로 서양사람 같이 두상이 약간 작아 날씬한 균형 잡힌 체형에 눈은 깊고 콧날이 우뚝 솟은 뚜렷한 인상이다. 피부색깔은 아주 하얀 색에서부터 검정계통까지 다양하다. 남한의 36배나되는 큰 나라이기 때문에 인종들도 가지가지일 것이다. 진경이는 인도사람들이 섹시하게 생겼다고 한다.

  사탕수수 즙은, 수레 위에 설치된 두 개의 넓은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곳에 수수 대를 집어 넣어 양철 판으로 된 통로로 즙을 받은 후 잘게 부순 얼음을 넣어 마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처음엔 톱니바퀴 돌아가는 것과 즙을 짜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한동안 구경을 하다가 한 컵만 사서 아빠하고 셋이서 나누어 마셔보았다. 그런데 100% 사탕수수 물이라 그런지 아니면 갈증이 나서인지 달고 시원한 맛이 뜻밖이다.   
  얼음을 숙달된 솜씨로 뿌려 넣는 주인의 손톱은 닳고 닳아서 모양도 뒤틀리고 때가 낀 것은 물론 손도 새카맣고 컵에도 구정물이 줄줄 묻어있다. 컵을 헹구는 물도 탁해 보이고 위생적이지 못한 것 같았지만 개의치 않고 여러 컵 씩 받아 마시고 얼음도 마구 씹어 먹었는데, 갈증은 물론 더위까지도 잊을 수가 있었다.

  나중엔 약간 염려가 되었다.  배탈이 나지 않을까, 아메다바드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 곤란을 겪지는 않을까 ?  그러나 얼마 후 그런 생각도 곧 잊어버렸다.   

  승차시간 보다 여유 있게 정거장에 돌아왔다. 짐을 나르는 일꾼 아저씨들은 친절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모습이다. 남루한 옷을 입고 힘들게 일하는 가운데서도 눈빛은 온화하고 따듯해 보인다.  화물 포장하는 것은 정말 믿음직했다. 어떠한 크고 작은 화물이라도 나무상자에 넣어 굵은 마대 천으로 둘둘 말면서 네모 반듯하게 둘러싼다. 그리고는 납작하고 노란 노끈으로 여러 마디로 묶는다. 어느 것 하나 너덜거리는 것이 없었고 창고에 쌓아 논 화물들은 마치 벽돌을 쌓아놓은 것처럼 반듯하고 정돈되어 있다.

  건물들과 가로수에 황혼이 젖어들 무렵 우리는 운수회사 주인의 안내로 아메다바드 행 버스에 올랐다. 뭄바이 센트럴을 경유해서 너무나 더운 뭄바이를 떠나 북으로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