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지난겨울 방학동안 인도에 다녀온 지도 반년이 지났다. 어릴 적부터 수많은 인도 꿈을 꾸었었는데, 여행에서 겪었던 일과 만났던 사람들이 꿈속의 영상과 대부분 겹치게 되어, 내가 꿈을 꾸는 건지 꿈속에 내가 이렇게 있는 건지 잘 알 수가 없었다. 사실 나는 내 꿈속을 걸어 다닌 것이라고 할 수가 있겠다. 이제는 인도 여행이 또 하나의 꿈이었던 것 같고, 여행에서 본 사람들의 가는 목과 깊고 선한 눈동자만이 뚜렷이 기억에 남을 즈음이다.
아빠는 히말라야에서 영원의 한
자락이라도 더듬어 보려고 애쓰고 있는 친구들과 한동안 지내다 오려고
했는데, 아빠의 이런 뜬구름 잡는 면모에 항상 한심함과 분노를 느끼며
살아온 엄마가, 초등 학생인 나와 동생을 데리고 가라고 했다. 아빠는
이 핑계 저런 이유 등을 들어 혼자 빠져나갈 궁리를 했지만,
「당신
새끼들이니까 당신이 데리고 가세요 -ㅅ !」
하는 말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지상 명령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아빠는 이왕이면 공부도 시킬
겸해서 뒤늦게 계획을 다시 잡았다. 이것이 우리가 인도여행을
떠나게 된 동기이다.
우리가 여행한 지역은 주로 인도 남부를 가로지르는 데칸산맥 북부, 힌두와 이슬람 문화 유적이 뚜렷이 구별되어 나타나 있거나 약간 혼합되어있는 지역이다. 여행목적도 가능한 역사문화 탐방에 두었다. 그냥 남다른 것 구경하는 정도라면 공부할 필요도 없고 쉽겠지만 나중에 허망할 것 같기 때문이다. 꿈 말고, 눈을 비비고 실제 인도의 손과 발자국에 돋보기를 대 보고 싶었다.
몇 달지나 나는 중학생이 되었고,
내 동생은 초등 5학년이 되었다. 우리의 책꽂이에는 여행 일기장이
각각 꽂혀 있고 여섯 권의 사진첩도 누워있었다. 궁금해하는 친지들은
책으로 엮어 보면 좋은 기념물이 되겠다고 했다. 주위의 권유도 있어
우리는 서툴지만 일 한번 내 보기로 했다.
엄마는
스캐너를 사 주겠다는 것 등으로 아빠를 살살 부추겨 여행의 매듭을
지어보는 의미로 해서, 두 권의 일기를 섞어 하나로 만드는 작업은 주로
아빠의 몫이 되었다. 왜냐하면 우리는 학원도 가야되고 또 놀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기에 못다 쓴 일들은 틈틈이 자판을 두드리며 집어
넣기도 했지만, 우리는 나중에 교정을 맡기로 했다.
제목인「내 마음 속에 무엇인가 일어나고 있어요」는 아름답고 좋은 의미가 있는 것으로, 우리가 델리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영화「쿠치쿠치 호타하이」의 우리 나라 말이다. 여행 중 우리는 항상 이 분위기에 젖어 있었고 지금도 그러하기에 가져와 붙인 거다.
여기에 실린 사진은 극히 개인적인 것이어서 이 내용을 보게 되는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이 든다. 친구들에게 보여줄 것이었다면 좀더 다른 각도에서 찍을 것을 말이다. 기념 사진이라며 우리 모습이 많이 들어갔고, 연도와 날짜도 박혀 있고, 쉽고 간단하게 자동카메라로 찍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여행기를 만들게 된다면 제대로 할 것 같다. 하지만, 어쩌면 이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인지 모른다. 나중에 무엇을 해 보겠다 거나, 남겨 보겠다는 의식 없이 오로지 여행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서울
오륜동 집에서
1999.
8
명진아
두
자매는 한글을 깨칠 때부터 엄마의 권유로 꾸준히 일기를 써 왔으며
이 여행기도 그 중의 한편이라고 할 수 있다.
언니 진아는
초등학교 때부터 각종 글짓기 대회에 학교 대표로 나가 우수,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중학교에서도 마찬가지 역할을 했다. 취미로는
독서, 음악감상, 춤추기, 노래하기, 백화점 · 명동 돌아다니기,
친구들과 수다 떨기등이다. 2~3번 이상씩 읽고 간직하고 있는
책이 2천권 정도된다. 애기 때 아빠가 새끼 달마라고 불렀을 만큼,
또 다른 세계의 파도 소리를 감지 할 때가 많다.
동생 진경이는
운동, 고전 음악감상,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 등이 취미이다. 특기는
그림 그리기이며 미술 외에 글짓기에도 소질이 있어 교내 외 대회에
참가 해 많은 상을 받고 있다.
※ 2004년 현재 진아, 진경이는 미동부 펜실바니아주 명문사립고등학교에서 11, 10학년에 재학 중이며 앞으로 대학에서 미디어와 디자인을 공부할 예정이다. E-mail : [email protected]
